범죄의 심리학
이기동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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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심리학』평범한 사람을 범죄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금융 사기의 공식

🔺 저자: 이기동

🔺 출판사: 모티브


🎯 나는 금융 범죄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수법’보다 ‘사람’이 먼저 떠오른다. 대체 어떤 말이, 어떤 표정이, 어떤 타이밍이 평범한 사람을 흔들어 놓는 걸까. 게다가 이 책은 내부자의 시선으로 쓰였다고 하니, 문장 곳곳에 날 것 같은 현실이 묻어 있을 것 같았다. 한편으론 불편했다. 범죄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혹시 내 경계심을 무디게 만들지는 않을까, 혹은 내가 몰랐던 두려움을 더 키우지는 않을까. 


🔖 변작 중계기: 목소리보다 먼저 도착하는 ‘공식’


전화번호가 바뀌고, 익숙한 지역번호가 붙는 순간 나는 이미 ‘안전’ 쪽으로 마음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대출해 드립니다”, “카드가 결제되었습니다”, “모바일 청첩장” 같은 문구는 사건이 아니라 감정의 스위치를 누르는 장치처럼 보였다. 내가 놀라는 이유는 내용이 아니라, 그 내용이 내 일상을 너무 정확히 흉내 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수거책 알바: ‘한 번만’의 합리화가 사람을 묶는 방식


‘채권추심, 채권수금, 신용 정보 회사 직원 구합니다’ 같은 문장을 보는 순간, 나는 왜 이런 공고가 ‘일’처럼 느껴지는지부터 떠올리게 됐다. 책은 고수익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죄책감을 밀어내고, ‘나는 전달만 했을 뿐’이라는 핑계를 만들어 주는지 보여준다. 특히 평범한 사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범죄에 연루되는 과정이, 한 장면이 아니라 작은 선택의 연쇄로 그려질 때 마음이 더 서늘해졌다.


🔖 중고거래 삼자사기: 정보의 비대칭이 만든 함정


중고거래 이야기는 익숙해서 오히려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물건 값 보낼테니 계좌번호 주세요” 같은 문장은 너무 평범해서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책은 ‘구매자만’이 아니라 ‘판매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거래의 각자에게 다른 정보가 주어지는 순간 사기가 완성된다는 지점을 찌른다. 


🔖 포통장과 해외 유인: 욕망을 정상처럼 포장하는 말들


‘항공권 제공, 숙식 지원, 월 천만 원 보장. 캄보디아 근무.’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최근 뉴스에서 봤던 동남아 범죄 단지 사건들이 겹쳐 떠올랐다. 실제로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등지에서는 한국인을 모집해 보이스피싱 콜센터로 투입하고, 여권을 압수한 뒤 감금과 폭행으로 통제했다는 구조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도되었다. 출국 전까지는 단순 해외 취업처럼 보였고, 공항에 도착한 뒤에야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책에서 말한 ‘욕망의 합리화’는 여기서 현실이 된다. 


💬 나는 한동안 ‘사기’라는 단어 대신 ‘대화’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모든 범죄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을 파고든다는 말이, 내 일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들었다. 나는 앞으로 모르는 번호의 전화뿐 아니라, 내 안에서 급해지는 감정의 속도도 함께 점검하게 될 것 같다.


📌 이 책의 힘은 ‘미화하지 않는 내부자 언어’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무너지는 지점을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이른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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