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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경영학 수업
정인호 지음 / 팬덤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사르트르의 경영학 수업』 리더는 태어나는 존재가 아니라, 매 순간 선택으로 증명되는 존재다.
🔺 저자 : 정인호
🔺 출판사 : 팬덤북스

🎯 나는 오랫동안 리더십을 자질과 역량의 문제로 생각해왔다. 카리스마, 통찰력, 결단력 같은 단어들이 리더를 설명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 반복되는 갈등과 혼란을 보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과연 리더는 ‘정해진 사람’일까, 아니면 ‘되어가는 사람’일까. 『사르트르의 경영학 수업』은 이 질문을 철학의 언어로 다시 묻는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 리더는 만들어진다
사르트르의 선언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인간에게 어떤 선천적 본질도 주어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는 행동을 통해 스스로를 구성해가는 존재다. 저자는 이 명제를 리더십에 적용한다. 리더는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특정 성향이나 자질을 소유했기 때문에 리더가 되는 것도 아니다.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어떻게 감당하느냐에 따라 리더는 형성된다.

🔖 자유에 저주받은 존재 – 선택의 무게
사르트르는 인간을 “자유에 저주받은 존재”라고 말했다. 우리는 국적, 계급, 시대, 조건을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조건 속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매 순간 선택해야 한다. 심지어 선택하지 않겠다는 태도조차 하나의 선택이 된다. 이 자유는 가볍지 않다. 오히려 무거운 책임과 불안을 동반한다. 사르트르에게 선택은 개인적 결정이 아니라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선언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내 선택은 곧 인간됨의 보편적 의미를 구성하는 선언이 된다.

🔖 타인의 시선과 조직이라는 지옥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사르트르의 문장은 조직 안에서 더 선명해진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형성한다. 평가, 직급, 이미지, 성과. 타인의 시선은 나를 객체화하고 규정한다.
“나는 내가 아니다.”라는 역설은 나의 본질이 외부의 시선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조직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시선이 나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자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 제도화된 자유와 다시 살아나는 조직
사르트르의 말처럼 자유는 언제나 제도화되고, 제도는 다시 억압으로 변질될 위험을 안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단지 우연이나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일정 부분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단순히 조직의 경직을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던진다. 언제, 어떻게 다시 ‘계기의 순간’을 조직 안에 불러올 것인가.

💬 이 책의 핵심은 분명하다. 리더십은 자질이 아니라 태도이며, 존재는 본질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라는 것. 철학을 통해 경영을 재해석한 시도는 충분히 설득력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지금 나는 어떤 선택으로 나를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조직은 어떤 존재로 되어가고 있는가. 이 질문은 쉽게 지나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