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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 생각지도 / 2026년 2월
평점 :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완벽해질수록 숨이 가빠지는 사회에서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을까. 』
健康的で淸潔で、道德的な秩序ある社會の不自由さについて
🔺 저자 : 구마시로 도루 熊代亨
🔺 옮긴이 : 이정미
🔺 출판사 :생각지도

🎯 나는 질서 있고 청결한 사회를 당연히 더 나은 사회라고 믿어왔다. 정시에 도착하는 지하철과 깨끗한 거리, 소음과 냄새가 통제된 공간은 분명 편리하고 안전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조금은 의아했다. 이렇게 잘 정돈된 세상이 왜 우리를 병들게 한다는 걸까. 혹시 지나친 비판은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점점 더 예민해지고 조심스러워진 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 질문을 가볍게 넘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쾌적함이 만든 보이지 않는 선별
저자는 쓰레기 없는 거리와 얌전한 아이들, 친절하고 능숙한 노동자가 가득한 도시를 묘사하며 질문을 던진다. 겉으로는 다양성을 말하지만, 실제 경쟁의 장에서는 일률적인 규격으로 사람을 선별하는 사회. 1980~90년대보다 더 획일화된 취업 준비, 인간관계마저 시장 논리를 따르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부족한 사람’을 은근히 배제한다.

🔖 정신의료와 정상성의 기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ADHD와 ASD의 폭증을 개인의 결함이 아닌 사회적 산물로 읽는다. 시대가 요구하는 능숙함과 의사소통 능력이 높아질수록, 그에 미치지 못하는 특성은 곧 ‘장애’로 호명된다. DSM과 ICD의 진단 기준조차 사회적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하며, 의료가 치료를 넘어 사회 적합성을 가늠하는 장치가 되는 순간을 경계한다. 과연 문제는 개인인가, 아니면 기준을 높여온 사회인가.

🔖 건강이라는 이름의 의무
건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운동과 식단, 노화 관리가 일상의 기본값이 되었고, 건강한 몸은 곧 우월한 몸처럼 여겨진다. 병과 죽음은 의료 시설 안으로 밀려나 일상에서 사라지고, 우리는 건강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좇는 데 몰두한다. 저자는 묻는다. 건강이 삶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었을 때,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가.

🔖 저출생과 공간이 길들인 인간
도쿄의 낮은 합계출산율을 예로 들며, 저자는 저출생을 개인의 이기심이 아니라 쾌적함에 중독된 사회의 귀결로 읽는다. 위험과 비용을 계산하는 합리성 속에서 아이는 통제 불가능한 리스크가 된다. 동시에 도시 공간은 규율과 습관을 주입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도쿄는 거대한 정신과 병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 이 책은 쾌적함을 전면 부정하지 않는다. 청결과 안전이 우리 삶을 개선해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면의 배제와 낙인을 드러낸다. 다만 때로는 논의가 일본 사회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한국 독자에게는 비교의 여지가 더 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 그럼에도 정신의학자의 시선으로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사회계약의 논리를 엮어내는 시도는 분명 의미 있다. 이른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