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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온도 사전 - 체온 36.5℃를 기준으로 보는 우리말이 가진 미묘한 감정의 온도들
김윤정 지음 / 구텐베르크 / 2025년 11월
평점 :
『우리말의 온도 사전』 마음의 결을 체온으로 읽어내는 다정한 언어 지도
🔺 저자 : 김윤정
🔺 출판사 : 구텐베르크

🎯 ‘감성 에세이 사전’이라는 말이 조금 낯설었다. 그런데 몇 장 넘기자마자, 단어가 뜻이 아니라 온도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었다. 내가 자주 쓰는 “좋다”와 “괜찮다” 사이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숨어 있었는지, 그 빈칸이 갑자기 또렷해졌다. 읽는 내내 마음이 조용히 데워졌다가, 서늘해졌다가, 다시 미지근한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게 됐다.


🔖 36.5도, 내 마음의 기준점을 세우는 책
36.5도라는 기준을 두니 내가 지금 “괜찮은 척”을 하는 건지, “정말 괜찮은” 건지 구분이 조금 쉬워졌다. 말이 선명해질수록 마음도 덜 흔들린다는 걸, 페이지가 조용히 증명해준다.

🔖 온기, 다정함이라는 기준이 생기는 순간
온기의 중심에 ‘다정하다’가 놓이는 이유를 읽다가, 나는 누군가를 바꾸려 들었던 말들을 떠올렸다. 다정함은 과잉도 결핍도 아닌 채로, 그냥 곁에 머무는 태도라는 설명이 오래 남았다. 필사하고 싶은 문장은 대개 거창한 격려가 아니라, 이런 담백한 체온이었다.

🔖 열기와 냉기, 상처를 덜 아프게 읽는 법
열기는 삶을 움직이지만, 대가를 요구하고, 냉기는 크게 소리 내지 않지만 체온을 서서히 낮춘다. “쌀쌀맞다”와 “서운하다”, “쓸쓸하다”와 “외롭다”의 결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내 기억들도 함께 갈라졌다.

🔖 미온, 이름 붙이기 어려운 마음을 품는 기술
미온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 더 불편한데,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어정쩡하다”라는 기준점 앞에서 나는 내가 아직 ‘나의 자리’를 고르지 못한 순간들을 인정하게 됐다. 미온을 지나 온기나 열기, 혹은 냉기로 스스로 이동하는 것, 그게 결국 선택이라는 말이 조용히 등을 밀어준다.

📝 『우리말의 온도 사전』은 단어를 예쁘게 꾸미는 책이 아니라, 마음을 덜 다치게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따뜻한 말이 필요할 때는 온기를, 달려야 할 때는 열기를, 멈춰 서야 할 때는 냉기와 미온을 꺼내 쥐는 연습을 하게 된다.
📌 이 책은 내 마음을 정확한 말로 안아주고 싶은 당신에게 건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