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얼굴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5년 11월
평점 :
『얼굴들』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얼굴들, 선의 가면을 쓴 평범한 악인들
🔺 저자 이동원
🔺 출판사:라곰출판사

🎯 『얼굴들』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이 묘하게 불편했다. 선한 얼굴 뒤에 숨은 욕망을 떠올릴 때마다, 나 역시 온전히 떳떳하지는 않다는 사실이 서늘하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스스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일상의 익숙함 속에 숨어 있는 낯선 그림자를 바라볼 용기를 시험받는 느낌이었다.
🔖 평범한 악의 얼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특별한 괴물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선한 표정으로 타인의 상처를 외면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그 틈에서 나는 내가 믿어온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부유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오광심이라는 모순
아동 연쇄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형사인 오광심은 선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그의 냉담함은 상처의 흔적이면서 직업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역설적인 힘처럼 다가온다. “언니도 나랑 같잖아요”라는 문장은 독자를 향해 날아오는 질문처럼 오래 맴돈다.

🔖교차되는 과거와 현재
1997년 마지막 사형 집행의 기억은 현재의 실종 사건과 얇은 실처럼 이어지며 서늘한 긴장을 만든다. 인물들의 비밀이 퍼즐 조각처럼 서로를 향해 잠시씩 다가오는 장면들은 숨을 고르게 만든다. 결말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미 깊이 끌려가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마주하는 나의 얼굴
이 소설은 범죄의 얼굴을 찾는 이야기 같지만, 결국 독자에게 ‘너는 지금 어떤 얼굴로 살아가는가’를 묻는다. 선과 악은 단단한 선이 아니라 매 순간 흔들리는 감정과 욕망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주변 사람들의 표정과 나의 얼굴을 다시 읽게 된다.
💬불편한 진실을 비추는 이야기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에서는 빛이 꺼지지 않는 느낌이 남는다. 소설 속 인물들이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았듯, 우리 역시 어떤 얼굴을 쓰고 살아가는지 곱씹게 된다. 이 여운이 오래 남는 건 그 질문이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