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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란 무엇인가 - 자유롭고 평등한 사귐의 길을 찾아서 ㅣ 박홍규의 사상사 1
박홍규 지음 / 들녘 / 2025년 4월
평점 :
『우정이란 무엇인가』 두려움과 위계를 넘어 모두가 친구가 되는 길을 묻는 사상 여행
🔺 저자 : 박홍규
🔺 출판사 : 들녘

🎯 내 주변의 관계들을 떠올리면 진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우정이 정말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인가를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정을 말하면서도 우리는 학연과 지연, 회사 인맥 안에서 서열과 계산을 따지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 책은 “우정이란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을 빌려, 내가 지금 맺고 있는 관계들의 얼굴을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묵직한 거울처럼 느껴졌다.
🔖 두려움의 사회에서 우정을 묻는다는 것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선생, 경찰, 공권력이 모두 두려움의 얼굴로 다가왔던 기억을 솔직하게 꺼내 놓는다. 경쟁과 위계에 짓눌린 사회에서 “모두가 친구인 세상”을 꿈꾸는 일은 어쩌면 가장 급진적인 상상일지도 모른다. 그 출발점이 바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온 권위와 공포를 의심하는 것이라는 점이 인상 깊다.

🔖 동서양 사상가들에게서 찾은 우정의 얼굴
책은 고대 유교와 불교, 장자와 묵자에서 시작해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키케로에 이르기까지 우정에 대한 사유를 촘촘히 훑어 나간다. 각 사상가의 우정론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대의 정치·사회적 배경과 함께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점이 흥미롭다.

🔖 자유와 평등으로 다시 정의되는 우정
이 책이 말하는 우정은 단순한 친밀감이나 의리의 정서가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서로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는 관계다. 혈연·지연·학연으로 묶인 인맥과 패거리주의를 단호히 잘라내며, 우정이란 억압과 불평등에 맞서 함께 싸우는 실천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우정은 자유다!”라는 선언이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삶의 방식과 정치적 태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말처럼 가슴에 남는다.

🔖 모두가 친구가 되는 세상을 향한 상상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 저자는 담사동의 사유를 빌려 “세상의 모든 덫을 깨뜨리자”고 외친다. 나라와 민족, 계급과 성별을 넘어 “세상 모든 가난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자”는 제안은 다소 과장되어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을 뜨겁게 한다. 우정을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세상의 규칙으로 삼아 보자는 상상이 조용히 여운을 남긴다.

💬 이 책을 읽는 동안, 우정이라는 단어가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가도 다시 따뜻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번갈아 찾아왔다.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고, 서열과 계산 없이 나란히 서서 마주 보는 관계가 과연 얼마나 될까 묻게 된다. 우정을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세상의 규칙으로 삼자는 저자의 제안은 현실적 계산으로만 보면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 불가능을 향해 한 걸음이라도 내딛어 보고 싶다는 마음을 남긴다. “나는 누구의 친구로 살고 있는가, 그리고 누구를 친구로 맞이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품게 된다.
📌 이 책은 관계의 위계와 분열 속에서도 여전히 ‘함께’의 가능성을 믿고 싶은 당신에게 건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