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마
박중훈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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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마』 –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다시 걸어 나온 남자의 이야기  

🔺 저자 : 박중훈 

🔺 출판사 : 사유와공감


🎯 한 시대를 웃고 울린 배우가 자신의 후회를 말한다니, 그 안에는 어떤 솔직함이 담겨 있을까 궁금했다. 늘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이미지 뒤에는 말하지 못한 주저함도 있었을지 모른다. 책을 읽기 전에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선배가 조용히 자신의 인생 비밀을 털어놓는 자리에 초대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대와 묘한 떨림이 동시에 밀려왔다.


🔖 행운과 두려움 사이를 건너온 배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행운아’라는 챕터였다. 그는 한국인의 평균 수명을 떠올리며, 2시간짜리 자신의 영화를 1,000만 명이 봤다면 2,000만 시간을 관객에게 “위임받은 셈”이라고 말한다. 이 문장은 겸손함과 동시에 깊은 책임감을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그의 성공은 ‘행운’이라고 말하지만, 그 행운을 위해 얼마나 많은 불안과 경쟁, 스스로와의 싸움을 견뎌왔는지 자연스레 느껴진다.  

그는 중요한 선택 앞에서 늘 묻는다고 한다. “이걸 하지 않으면, 죽을 때 후회할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그는 주저하기보다 ‘하는 쪽’을 택해왔다.


🔖 자존심을 내려놓자 비로소 보인 얼굴들  


책 속에서 가장 인간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자존심’에 관한 고백이었다. 그는 자신이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해줬을 거라 믿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 자존심 때문에 누군가는 말없이 참아야 했고, 누군가는 불편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늦게야 깨달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자존심 크기는 다 같고, 다만 그 자존심을 부릴 수 있는 사람과 꾹 참아야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오래전 기억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 후회 위에 쌓인 40년의 고백  


책은 예상과 달리 화려한 필모그래피가 아니라 ‘후회’에서 시작된다. 그는 오래전부터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해왔다고 한다. 반성은 미래를 향하지만, 후회는 과거에 갇히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순의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후회되는 순간이 너무 많았다고 조심스럽게 꺼낸다. 스무 살에 배우가 되어 40년을 달려오면서 즐거웠던 날들이 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덜컥거렸던 순간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잘 살았든 그렇지 않았든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는 문장은 유난히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 활과 화살,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무대  


책의 후반부는 배우가 아닌,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진심이 깊게 담겨 있다. “부모가 활이라면, 자식은 화살이다”라는 비유는 책 전체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현실적인 문장이었다. 아무리 세게 당겨도, 결국 세상을 뚫고 나가는 건 화살 자신이라는 뜻이다. 부모는 그저 멀리 날아가는 화살을 바라보며 “부디 잘 되길, 사고 없길” 기도할 뿐이다.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에는 그가 왜 이 책을 ‘뒤늦은 용기’라고 표현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 이 책은 후회 없는 인생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후회까지 껴안고 앞으로 걸을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오랫동안 버틴 한 사람의 솔직한 기록이 조용한 위로처럼 스며든다. 매력적인 나를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은 날,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 이 책은 살아오며 마음 한편에 후회를 품어본 당신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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