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AI - 사소한 오류부터 치명적 위협까지
카타리나 츠바이크 지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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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AI인공지능』 - 사소한 오류부터 치명적 위협까지 

🔺 저자 : 카타리나 츠바이크 Katharina Zweig 

🔺 옮긴이 : 유영미 

🔺 출판사 : 니케북스


🎯 『무책임한 AI』은 우리가 매일 손에 쥐고 사는 자동화의 편리함 뒤편에서 어떤 판단이, 누구의 책임으로 내려지는지 정면으로 묻는다. 책장을 펼치기 전 나는 막연히 기술과 윤리가 조화롭게 발전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카타리나 츠바이크는 유려한 사례와 치밀한 개념 정리를 통해, 그 기대가 얼마나 취약한 전제 위에 서 있는지를 하나씩 벗겨낸다. 상품 추천, 채용, 신용평가, 범죄 재범 예측, 자율주행까지 인공지능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영역이 점점 줄어든 지금, 우리는 그 판단을 신뢰할 근거와 이의를 제기할 절차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 이 질문이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독자의 마음을 붙든다.


🔖 저자와 책의 문제의식  


저자는 독일 RPTU 카이저슬라우테른-란다우 대학교의 컴퓨터과학 교수이자 사회정보과학 연구소장으로, 의회와 집행위의 기술 자문을 맡아온 연구자다. 생명정보학과 철학까지 가로지른 이력답게, 그는 기술을 공학적 효율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책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책은 “눈도 코도 입도 마음도 없는 기계가 어떻게 인간의 삶에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가”라는 통렬한 질문으로 출발한다. 저자는 기술비판을 위한 기술비판에 머물지 않는다. 대신 의사결정이 어떤 데이터로 훈련되고, 어떤 모델링 선택이 개입되며, 그 결과가 어떤 제도적 경로를 통해 사람의 삶으로 흘러드는지를 구조적으로 보여준다. 학자로서의 엄밀함과 시민으로서의 책임 의식이 맞물린 문장들은, 독자가 스스로의 일로 문제를 받아들이게 만드는 설득력을 지닌다.


🔖 알고리즘과 휴리스틱, 그리고 블랙박스  


많은 사람이 ‘알고리즘’이라는 단어에 완전성과 중립성을 기대하지만, 현실의 대다수 문제는 명확히 정의되지 않기에 최적해 대신 휴리스틱을 사용한다. 데이터 선택, 전처리, 특징 설계, 손실함수와 가중치의 조정까지 셀 수 없는 모델링 결정이 주관성을 품은 채 쌓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은 외부에서 내부 규칙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블랙박스가 된다. 언론은 종종 코드 자체를 문제 삼지만, 저자가 주목하는 지점은 더 근본적이다.


🔖 사례로 본 오류의 연쇄와 책임의 사슬  


신용한도 산정에서의 성차별 의혹, 흐릿한 영상 매칭으로 한 시민을 범인으로 지목한 사건, 자율주행차가 임의 지점에서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를 모델링하지 못해 일어난 비극 등, 책은 사소한 결함이 어떻게 치명적 결과로 확장되는지 보여준다. 책은 그 이분법 자체가 부정확하다고 일깨운다. 기술과 제도, 사람과 데이터는 한 몸처럼 상호작용하며 오류를 증폭하기 때문이다.


🔖 검증 가능한 결정과 검증 불가능한 결정 

 

저자는 자동화된 결정을 크게 세 갈래로 나눈다. 발생 빈도가 낮아 학습 자체가 어려운 영역, 개인과 집단 수준에서 정확성과 공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영역, 그리고 개인 단위에서는 즉시 검증이 불가능하지만 집단 통계로는 사후 검증이 가능한 영역이다. 마지막 갈래에서 우리는 난감해진다. 내게 내려진 결정이 타당했는지를 지금 증명할 수 없다면, 그 판단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여기서 책은 기준을 제안한다. 


💬 이 책은 불안을 자극하려는 경고문이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결정을 설계하도록 초대하는 안내서다. 내게 적용되는 자동화된 평가는 검증 가능한가. 검증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며, 그 비용은 누구의 몫인가. 결과는 집단별로 공정한가. 만약 통계로만 검증된다면, 그 판단은 인간보다 충분히 우월한가. 그리고 인간과 기계가 협력하는 구조에서 나는 어떤 권리를 갖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한 장 한 장을 덮을 때마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다가오지만, 동시에 가능성의 문도 함께 열린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질문이 정교해질수록, 내일의 제도는 더 공정해질 것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결정에 울고 웃고 있는가. 그 결정의 근거와 절차를, 오늘 한 번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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