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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평점 :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 저자 : 하태완
🔺출판사 : 북로망스

📌 마음이 가장 유치하고 혼란스러웠던 때에 읽었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함께”라는 단어가 몸의 체온처럼 서서히 번졌다. 그 말의 방향을 따라가면 언젠가 둥근 낙원에 닿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조용히 생겼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날마다 같은 자리에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일만으로도 삶이 조금은 덜 흔들린다는 걸 배웠다. 당신의 오늘을 떠올려 보라. “함께 건넌다”는 말이 지금 가장 필요한 문장일지도 모른다.
🔖 함께 걷고 싶은 다정한 세계
함께라는 감각은 설명이 아니라 체험이며, 체험은 결국 서로의 시간을 겹치게 만든다. 지금의 당신에게 필요한 건 방향이 아니라 동행일 수 있다.
🔖 나를 안아주는 곳
“이 밤은 곧 지나가.” 짧지만 단단한 이 문장을 오래 묵혔다. 작가는 슬픔을 숨기던 시절을 인정한다. 겉을 쓰다듬느라 속이 문드러지도록 내버려두던 때, “나는 환해지고 싶어”라는 소망이 그를 일으킨다. 이 장은 마음의 방을 정돈하는 법을 알려준다. ‘당당한 행복’과 ‘느린 기쁨’, ‘여린 마음이 옳다’ 같은 제목들은 확인 도장 같다. 읽는 내내, 나 또한 ‘조용히 잘 버텨온 나’를 처음으로 안아 주었다. 뜨거운 물 한 컵, 창문을 조금 더 열어 두기를 스스로에게 보내 보라.

🔖 삶을 건너는 리듬
불확실성이 여전히 짙지만 “알 수 없음의 굴레에 기꺼이 휘둘리고 싶다”는 대목에서 웃음이 났다. 도망치지 않겠다는 어떤 유머. ‘나를 지키는 쪽에 서기’는 타협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고, ‘저마다의 최선으로’는 완벽 대신 지속을 택하는 태도다. 커다란 성취가 없더라도, 끝내 제자리를 지키는 발걸음이 우리를 다음 계절로 데려다 놓는다. 리듬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오늘 내가 고른 사소한 한 박자가 곧 나의 박자다.

🔖 우리의 이름으로 걷는 길
“결이 맞는다는건, 특별하지 않아도 언제든 서로에게 천국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 우정과 질투, 가족의 서늘함과 따뜻함, 끝내 닿지 못한 인연들까지 나는 ‘적당한 거리감’이 왜 사랑의 한 형식인지 이해했다. 가까움은 무례를 허락하는 면허가 아니며, 멀어짐은 배신이 아니라 휴식의 다른 이름일 때가 있다. 우리는 때로 같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어떤 날은 같은 미래를 바라보며 선다.

🔖 사랑이라는 머무름
가을 창가 아래 바삭한 빛이 내릴 때, 작가는 말한다. “매사에 당신만 생각하고 있어요.” 과장도, 장식도 없다. 사랑은 종종 증거를 요구받지만, 이 장은 조용한 체류로 답한다. 함께 걷는 산책, 오래된 노래 한 곡, 비밀 언덕 같은 사소한 은신처들. 사랑은 멋진 선언보다 생활의 작은 ‘머무름’에 있다.

🔖 그리고, 안부 – 열두 달의 이야기
일월의 차가운 시작에서 십이월의 끝까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음의 습도가 변한다. 나는 ‘오월의 편지’를 읽으며 한 번, ‘구월의 무르익은 마음’에서 또 한 번 멈췄다. 계절은 생각보다 성실해서, 슬픔도 기쁨도 결국 시간을 타고 지나간다. 사진가 이근호의 사진들은 문장 곁에서 낙원의 온도를 보정한다.
💬 책을 덮고 창문을 조금 열었다. 서늘한 바람이 들어오고, 멀리서 누군가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일은 생각보다 소소하고, 그래서 더 견고하다. 언젠가 우리만의 낙원에서 만나자고, 그때는 조금 더 환한 얼굴로 서로의 안부를 오래 묻자고 약속한다.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말을⋯
오늘, 먼저 건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