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 2025.여름 - 126호
시와산문사 편집부 지음 / 시와산문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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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산문 2025 여름호》 "여름의 무늬, 문학의 향기”로 엮어낸 한 권의 작은 우주 "


🔺펴낸곳 :시와산문 


🔖 여름은 묘하게 우리를 진지하게 만듭니다. 햇살은 한 겹 더 짙어지고, 감정의 결도 또렷해지죠. 이번 《시와 산문 2025 여름호(통권 126호)》를 읽는 내내, 저는 “계절이 문학을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짓는가”를 따라 걸었습니다. 384쪽의 두께가 처음엔 살짝 부담이었는데, 막상 펼치니 휴가철 가방에 넣고 ‘조금씩 오래’ 만나기 딱 좋은 구성입니다. 무엇보다 이 호는 작품·비평·등단 소식이 한 권 안에서 ‘생태계’처럼 순환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 여름호의 첫머리는 장병환 발행인의 글이 흐름을 잡습니다. 요지는 분명합니다. “기계적인 완벽함이 편리를 선사해도, 인간적인 가치를 대체하게 두어선 안 된다.” 이 선언은 종이책 문예지의 존재 이유를 지금,여기에서 갱신합니다. 독자로서 특히 좋았던 대목은 ‘문학 잡지’가 단지 텍스트 모음이 아니라 가치 보존·창출의 장치라는 점을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는 것. 손에 닿는 종이의 질감, 페이지를 넘기는 호흡, 창가의 빛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활자… 이런 감각적 요소들이야말로, 읽기가 삶을 지키는 ‘인간적인 수고’임을 자꾸 상기시켜 줍니다. 디지털의 속도를 잠시 비켜서게 만드는 여름의 초입에 꽤 설득력 있는 제안입니다.


📌  ‘시인조명’ 코너는 이 호의 중력점입니다. 임승환 시인의 대표작·신작과 함께, 황정산 평론가의 해설이 작품의 결을 ‘읽히게’ 만드는 친절한 다리가 됩니다. 요즘 문예지를 읽다 보면 작품의 온도를 비평이 과하게 끌고 가거나, 반대로 작품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조명은 균형이 좋아요.“계절이 바뀌기만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태도 뒤에 숨어 있던 실존의 질문들이, 해설을 만나면서 유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또렷해지는 느낌. 



📌 이번 호를 특별하게 만든 건 단연 제10회 신인문학상(시·에세이)의 공모/발표 동시 노출입니다. 예심·본심 평을 통해 ‘어떤 문장이 살아남는가’ ‘무엇이 개성인가’를 독자도 간접 학습합니다. 당선작(시·에세이)과 수상소감은 “쓰기의 현재”를 현장에서 보여주는 기록이죠. 저는 평문 중 ‘언어적 구체성의 미학’이라는 표현이 오래 남았습니다. 결국 좋은 문장은 자기 감각의 좌표를 정확히 찍는다는 사실. 읽는 즐거움에서 쓰고 싶은 욕망으로, 다시 ‘발표’의 장으로 이어지는 생태 루프가 한 권 안에서 작동합니다. 이 접속감이야말로 계간지의 미덕 아닐까요.



💬《시와 산문》의 장점은 이름처럼 장르 간 고른 배치입니다. 신작시는 언어의 정수를, 산문은 일상의 사유를, 평론은 독서의 구조를 제공합니다. 여름호의 큐레이션은 독서 동선을 잘 설계했습니다. 가벼운 감응(에세이)에서 깊은 독해(평론)로, 다시 작품의 정수(시)로 흐르는 리듬이 비교적 매끄럽게 이어져요. 저는 이 리듬 덕분에 휴가철 한 권 384쪽을 ‘한 번에’가 아니라 ‘여러 번을 나누어 읽을 수 있었습니다. 호흡을 관리해주는 편집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 무더운 여름은 금방 지나가지만, 한 편의 시가 남기는 결은 오래 갑니다. 저는 이 호를 다 읽고, 요번 여름엔 어떤 무늬가 새겨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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