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빌렸다.

그걸 빌리면서 괜히 망설여졌다면..그건 결과론적인 나만의 뒷북 상상이었을까?

암튼,며칠이 지나고 아이 손에 장난감처럼 굴러다니는 동안,난 다른 책에

한 눈 파느라 바빴고,또 이런 일로,저런 일로..현관앞에 얌전히 버려져있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그 책이 사라져 버렸다.

도저히 기억할 수 없는 긴~제목의 책을..

 

'내가 찾아줄께,제목이 뭐야?' (남편)

'몰라..넘 길어서 생각 안 나' (나)

'그런 게 어딨냐?' (또 남편)

 

온 집안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나오질 않았다.

할 수 없이,해가 바뀌고 도서관에 가서 기한연장을 했다.

그리곤 열흘도 훨씬 지나서 오늘 사서에게 고백(?)을 했다,분실했노라고..

친절하고 핸섬한 사서는 한번 더 찾아볼 것을 권했다.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니가 손해'라고..책 값과 수수료를 더불어 내야

한다고..

 

겉표지가 낡고 자그마했던 그 책의 가격은 22달러에 정체모를 수수료가

10달러..난 이해가 안간다,수수료의 정체가 무엇인지..내가 10달러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다는 건지..?

낡은 책을 정가 다 받냐고 했더니 '규칙'이 그렇단다.

 

남편에게 말도 못하고 숨 죽이고 있다가 애들 재우고 남편도 잠든 틈에

다시 한번 주변을 뒤져보았지만 책은 나오지 않았다.

 

책도 잃고,돈도 잃고(잃을 것이고..) 뭣보다 침울한 건 나의 산만함과 부주의로

인해,잃지 않아도 될 것을 잃어야 한다는 상실감이다.

고작 책 한권과 32달러의 돈일뿐이라고 날 위로할 밖에..

(32달러면 중국음식을 두 번이나 사다 먹을 수 있는 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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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0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건 정말 이상해. 무슨 공공 도서관에서 수수료를 그렇게 받냐? 10불이면 얼마나 큰 돈인데. 말이 안 돼. 한국 떠나 처음 본 기막힌 공공... 음.. 그니까.. 공공의... 음.. 하여튼 공공의 적이당. (엥? 말이 안 나와.. 말이..)

Emerald Green 2004-02-0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말야..더 웃기는 일도 있었다..내가 간 크게도..--;;,내가 책을 사다주면 안되겠냐 했더니(10불 아껴보자구..) 그건 안된단다,자기네가 거래하는 서점이 있대나..이건 뭐라니?
결국 정가 이하로 거래 하면서 책값 다 받고 수수료까지 물고..대한민국 뺨치는 이런 부조리가
있다니..여가 그 천국같은 캐나다가 맞단 말이더냐..석달안에 찾아오면 책값은 돌려준다던데..
이걸 어디서 찾는다니..

psyche 2004-04-08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10불은 좀 많지만 수수료가 붙긴붙더라..내가 아니라 우리 이웃집에서 책을 잃어버렸다고 나보고 이야기 해달라길래(나도 진짜 영어 못하는데 나보다 더 못하니 어쩔 수 없이 내가 했지..) 이야기 했더니 책값에 수수료가 붙더라고..그렇다고 다시 잘 찾아보라고 기간을 연장해주더라. 그 엄마 집안을 쥐잡듯이 뒤져서 아이책 사이에 끼어있는 책을 찾아냈었지..너도 혹기 침대 밑이나 책장안에 다른 책 틈에 끼어있는거 아니니?

Emerald Green 2004-04-16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연아,나 그거 찾아서 돈 받았다,수수료 빼고..--v 어디 있었게? 바로 냉장고 밑에..
울 이쁜 아덜이 이리 뒤굴 저리 뒤굴 굴리다가 누군가의 발에 차여서 냉장고 밑으로
들어갔었나봐. 어느 날,괜히 바닥에 눕고 싶어서 누웠다가 그게 눈에 띄더라.
석달이 안지나서 책값은 받아왔징..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