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빌렸다.
그걸 빌리면서 괜히 망설여졌다면..그건 결과론적인 나만의 뒷북 상상이었을까?
암튼,며칠이 지나고 아이 손에 장난감처럼 굴러다니는 동안,난 다른 책에
한 눈 파느라 바빴고,또 이런 일로,저런 일로..현관앞에 얌전히 버려져있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그 책이 사라져 버렸다.
도저히 기억할 수 없는 긴~제목의 책을..
'내가 찾아줄께,제목이 뭐야?' (남편)
'몰라..넘 길어서 생각 안 나' (나)
'그런 게 어딨냐?' (또 남편)
온 집안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나오질 않았다.
할 수 없이,해가 바뀌고 도서관에 가서 기한연장을 했다.
그리곤 열흘도 훨씬 지나서 오늘 사서에게 고백(?)을 했다,분실했노라고..
친절하고 핸섬한 사서는 한번 더 찾아볼 것을 권했다.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니가 손해'라고..책 값과 수수료를 더불어 내야
한다고..
겉표지가 낡고 자그마했던 그 책의 가격은 22달러에 정체모를 수수료가
10달러..난 이해가 안간다,수수료의 정체가 무엇인지..내가 10달러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다는 건지..?
낡은 책을 정가 다 받냐고 했더니 '규칙'이 그렇단다.
남편에게 말도 못하고 숨 죽이고 있다가 애들 재우고 남편도 잠든 틈에
다시 한번 주변을 뒤져보았지만 책은 나오지 않았다.
책도 잃고,돈도 잃고(잃을 것이고..) 뭣보다 침울한 건 나의 산만함과 부주의로
인해,잃지 않아도 될 것을 잃어야 한다는 상실감이다.
고작 책 한권과 32달러의 돈일뿐이라고 날 위로할 밖에..
(32달러면 중국음식을 두 번이나 사다 먹을 수 있는 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