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서점에 갔는데,내가 애용하는 '10달러 미만'코너에서 Amy Tan의 책을

발견했다.

하드커버라 좀 무겁긴 하지만,그게 문제랴..얼른 달려가서 한 권 품에 안았다.

그 날 하루는 별나게 기분이 좋았다.

$9.99(+tax --;;)의 행복...

 

저녁 먹고 남편에게 책 표지의 앞뒤를 보여주고 껍질 벗겨서 우아한 한지풍의

커버도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남편은 '어,어..'하며 시큰둥하게 반응했지만..

 

그리고 얼마 뒤,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 가면 항상 먼저 찾는 '중고책을 모아둔 선반'이 있다.

홀 중앙에 세워놓았는데,무조건 하드커버는 2달러,소프트는 1달러이다.

거기 쪼그리고 앉는 순간,눈에 들어온 엘리자베스 버그의 'Open House'

내가 빌리려고 맘먹고 갔던 책을 1달러에 구하는 기쁨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도 시큰둥한 남편 앞에서 이리저리 자랑을 했다.

자랑할 사람이 이 무심한 남편밖에 없다뉘..

 

어제..오랫만에 서점을 찾았다.

여기 와서 얼마 안되서 잡은 책 중에 로맨스 소설의 여왕 '다니엘 스틸'의

작품이 있었다.

내용도 평이하고 대화체가 많고,영어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다음엔 사서

봐야지,했던 책이었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로맨스 소설을 비싼 돈 주고 사자니 손이 떨렸다지..

어제 갔더니 하느님의 계시처럼 '10달러 미만'코너에 그녀의 작품이 반짝거리는

특유의 커버를 뒤집어쓰고 누워있었다.

 

그러나 난 다른 책을 골라왔다.

영어책 읽기의 공력이 이젠 다니엘을 거부했기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걍 더 읽고 싶진 않았다,10달러도 아까웠다.

이번엔 Non-fiction에 도전한다.

평소에 관심이 있던 '아랍권'에 대한 책을 샀다.

또 $9.99라고 말하기 뭣하지만..--;;

 

서점에 앉아서 책을 보려는데,어제따라 눈이 따갑고 아팠다지..그래서 얼마

못보고 일어나서 커피만 달랑 마시고 들어왔다지?

지금 거실엔 지난 번에 읽다가 팽개쳐두고 딴 책 실컷 읽고 다시 손에 든

메이브 빈치의 책이 있다.

저걸 다시 손에 잡을까,새로 산 책을 읽을까..고민만 늘어졌다.

책 쌓아놓고 무시하는 거..이 버릇을 어쩔까?

 

내가 가진 복이 뭘까..하며는..바로 책에 둘러쌓여 산다는 것이 아닐까..?

아..싱거워라.......

 

눈이 펑펑 와서 무지 심심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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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cho 2004-01-2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희야 넌 정말로 책을 좋아하나보구나.
그런 네가 부럽다. 난 한번 읽은 책은 두번 안보는 나쁜 습관이 있지.
여기 이곳이 나로 하여금 책에 쏘옥 빠지도록 해주면 좋으련만..
몰랐는데, 어쩜 모두들 그렇게 글들을 잘 쓰는지.. 옛날에 문학소녀의꿈을 가졌던 친구들은 다 모였나봐, 영선이는 이제 그 꿈을 이뤘지만..

Emerald Green 2004-01-2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성연아,그건 나도 그런데..난 그나마 사놓은 책도 안읽는데..계속해서 책을 사들이는
더 나쁜 버릇이 있구나..'세상은 넓고 책은 많은데..^^' 읽은 책 또 읽을 일이 있겠냐..
아마도 더 늙어서 할머니 되면 그땐 옛 추억을 되살리며 다시 읽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때되면 우리 다같이 따뜻한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책을 읽자꾸나..

비로그인 2004-01-2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너무 좋다..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차도 마시고 소곤소곤 이야기도 나누고... 간단하고 맛있는 점심도 먹고... 먹는 거 빠지면 무슨 낙이관디.

psyche 2004-04-08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희야 나도 책 사는거 무지 좋아하는데 영어책은 선뜻 손이 안가더라..
예전에 거라지 세일다니면서 공짜로 주는 페이퍼 백 잔뜩 얻어왓다가 짐만 늘은 기억이 있어서...야 글고 다 늙어서 벽난로 앞에 앉으면 책을 읽기는 커녕 다 꾸벅꾸벅 조는거 아니니?

Emerald Green 2004-04-16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게 걱정이다..나이가 드니까 책 읽기가 쉽지 않더라구. 잡념만 느는데가가 집중력
떨어지고 시력도 떨어지고,허리 아프고..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