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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으로 보는 세계사
21세기연구회 지음, 이영주 옮김 / 시공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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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이름에 관심이 많다. 아니, 이름의 의미에 관심이 많다고 해야겠다. 음으로만 들었을 때와는 달리 한자 두 글자가 만들어내는 뜻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흥미로운지. 그런데 서양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이 너무도 반가웠다.

책은 재미있다. 특히 이 책을 읽고 나서 미국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경기 결과를 보았을 때, 골을 넣은 미국 선수들의 이름이 맥(Mac)과 오(O')로 시작하는 것을 알고는 '아, 스코틀랜드계와 아일랜드계 사람이 한 골씩 넣었네' 하곤 미소지었던 기억이 인상깊다. 뜻을 안다는 것은 그렇게 즐겁다.

하지만 그런 재미에도 불구하고 나는 몇 번이나 책을 그만 읽고 싶었다. 번역이 너무도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잦은 단락 바꿈과 터무니없는 오역(예수님께 세례를 준 세례요한이 오히려 예수님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고 몇번씩이나 나오다니!), 그리고 미처 자연스러운 우리 표현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들은 책을 읽는 내내 눈에 거슬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번역이 매끄럽게 됐으면 정말 술술,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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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
티피 드그레 지음, 백선희 옮김, 실비 드그레, 알랭 드그레 사진 / 이레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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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스트셀러를 싫어한다. 남들이 하는 것, 남들이 읽는 것을 나도 단지 그 이유로 따라한다는 것은 정말 싫기 때문이다. 이 책도 꽤나 유명하고 잘 팔리는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내가 이 책을 기피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다 이 책을 들춰보게 된 것은 아이들 때문이었다. 내가 과외했던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 그애들과 일주일에 한 번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사곤 했다. 아이들이 책을 고를 때 나도 서점을 어슬렁거리며 윈도우 쇼핑(!)을 했다. 시간이 많지 않을 땐 글이 별로 없는 책이 최고다. 그래서 이 책을 틈틈이 보게 되었다.

난 아직 어리지만 나름대로 자녀교육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 이 책을 보고서는,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것도 좋겠구나 싶었다. ^^ 그만큼 야생동물과 너무나 잘 어울리고 있는 티피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고, 부러웠다. 특히 새끼사자 무파사가 티피의 손가락을 빨고 자는 사진은 너무도 사랑스럽다!

글이 별로 없는 것이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사진이 너무도 특별하고, 책을 잘 안 읽는 사람들도 책장을 술술 넘길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으니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직장인 선배에게 선물해줬더니 기뻐하면서 읽고는, 책 진짜 안읽는 자기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사줬다는 얘길 들었다. 그리고 그 친구도 이 책의 구성에 매우 만족했다는 얘기도. 유명한 책은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이름값을 한다고나 할까. 이 책을 보곤 그 사실을 되뇌었다. 아름다운 소녀 티피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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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유리
도종환 지음, 정경심 그림 / 현대문학북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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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르게 한 것은 나 자신의 바다유리에 대한 기억과 도종환이라는 이름에 대한 믿음이다. 바다에서 먼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겐 바다란 곳은 늘 특별하다. 늘 바닷가에 가면 이쁜 돌이나 조개껍질 같은 것을 눈여겨보곤 했는데, 언젠가는 바다유리를 주운 적이 있다. 난 소주병 유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더이상 투명하지는 않지만, 작은 조약돌처럼 매끄러우며 은은한 빛을 내던 그 바다유리 앞에서 잠시 자연의 힘과 인내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도종환. 정작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하던 시절에 난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친구가 '부드러운 직선'을 건넸을 때까지만 해도 난 그를 오히려 싫어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시집은 나의 편견을 단번에 깨 버렸다. 그의 시들에서 나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의 삶이 배어 있는 시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저 아름다운 말뿐인 시들과는 다름을 보았다. 물론 이런 나의 선택을 잡아끄는 것도 있었다. '시인이 산문을 과연 시만큼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 그러나 안도현을 생각했다. 믿어보자..했다.

그러나 도종환은 안도현이 아니다.. '바다유리'는 너무 교훈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마음에 닿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안도현의 '연어'나 '관계'를 읽었을 때 느껴지던 그 잔잔한 감동은 없다. 그냥..교훈적인 이야기를 읽었구나..하는 생각뿐. 도종환이 산문에 있어서는, 혹은 이런 어른을 위한 동화류에는 서툰 것일까. 앞으로는 시인이 산문을 썼을 때 좀더 신중해져야지 하고 생각해 본다. 아, 이 책과 함께 산 안도현의 '사람'은 괜찮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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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안부를 묻는다
박남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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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등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창밖 쳐다보면 혼난대.' 그 때는 무슨 헛소문이 그리도 많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순진하게 그런 헛소문을 다 믿었는지. 하지만 나, 그 고등학교 시절에 가장 하늘을 많이 봤는걸. 수업시간이고 쉬는시간이고 귀가시간이고 가리지 않고 그렇게, 동경하고 사모하고 기뻐하고 괴로워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 하늘을 보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이제는 밤하늘의 별들을 가끔씩 올려다보기만 할 뿐. 푸른 하늘보다 까만 하늘을 더 많이 보게 되면서, 해가 지고 나서야 하늘을 보는 날이 많아지면서, 나 이제는 하늘사랑이 아니라 별사랑을 시작한 건 아닌지.

그래서였을까? 서점에서 <별의 안부를 묻는다>라는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음이. 그렇게 만난,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는, 아니 굳이 구분하고 싶지 않은 인연으로 이어진 그 책과 나.

아~ 무공해 자연산의 맛. 마흔 넘은 남자가 홀로 산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현대판 청산별곡이라고 할 수도... 법정스님의 글 같은 느낌이나 어린왕자 같은 느낌도 살포시 느낄 수가 있어 반갑다. 어쩌면 어린왕자를 화두처럼 안고 살아가기에 조금만 닮아도 어린왕자를 떠올렸던 것일지도.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어린왕자를 만나기 위해 황량한 사막까지 갈 필요가 없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그에겐 만물들이 속삭이는 진리가 있는걸... 오히려 그는 자동응답기라는 문명의 이기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기까지 한다. 사람들과의 부대낌과 그 가운데 생겨나는 상처 때문에 한때 자연으로의 도피를 꿈꾸던 나. 하지만 그는 사람들을 피해 산에 간 게 아니다. 그는 산에서 삶으로써 사람을 그 자체로 보듬을 수 있는 지혜를 얻었다......

깊은 밤 하늘 문득 올려다보았습니까. 혹시 지금이 밤이라면, 맑게 개인 날이라면 어서 방문을 열고 나가 고개를 들어 보아요. 시리도록 투명한 별빛이 일상으로 인해 피로해진 당신의 두 눈을 서늘하게 해 주지 않는가요. 별들, 생각해 보아요. 그 동안 너무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니었는지. 언제인가 한 번쯤 그 별빛이 당신의 늦은 귀가길이나 혹은 막막한 삶의 어느 한 구비에서 따뜻한 등불로 비추며 작은 위안이 되어주기도 하겠지요. 그러다가 말입니다, 또 어린 날 별빛에 실어 띄워 보내던 작은 작은 사랑의 소원이 떠오르기도 할 것이고요.

......
장독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 따뜻한 봄기운에 언 땅이 녹아 내리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던가. 내 발 앞을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다가드는 것이 있었다. 노란 족제비였다. 팔뚝만한 것이 턱에 괴고 있는 손만 내려도 잡을 수 있는 코앞까지 다가와 아이들 키만큼쯤 돌로 쌓아 올린 장독대로 올라가더니 돌 틈의 여기저기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데,몸통만 들어가고 꼬리는 밖에 나와서 춤을 추듯이 나풀나풀거리는 것이었다.

그 긴 꼬리도 보기에 여간 탐스럽고 기분좋은 것이 아니었지만 나폴거리는 그 모습이 참 다시없는 것이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나는 살짝 저 꼬리를 한 번 쓰다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장독대의 돌 틈을 기웃거리던 족제비가 홱 돌아서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쏜살같이 돌아서서 뒷산을 향해 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망아의 상태. 족제비가 내 앞을 전혀 거리낌없이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그 때 내가 나를 잊고 있었던, 넋을 놓고 있었던 때였나. 그래, 있는 그대로 보면 되는 것을 이쁘다거니 밉다거니 한갓 찰나의 분별을 가리며 살고 있구나. 그 족제비로 인해 깨달은 바가 자못 크다.
......
-'봄볕 속에서 놀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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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스케치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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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우연히였다. 매일 도서관에서 '리어왕'을 읽는 자리에 <뉴욕 스케치>가 놓여 있었으니.

뉴욕, 그리고 상뻬. 내게 더 이상의 유혹이 있을 수 있을까. 밀레니엄을 꼭 뉴욕에서 맞고 싶다고, Y2K를 무척이나 걱정하던 엄마 친구의 만류에도 뉴욕에 가서 2주 동안 머무른 적이 있다. 그 후로, 난 '뉴욕'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늘 다시 가보고 싶어하고, 그리워한다. 그렇게 그 도시는 날 꿈에 젖어들게 한다. 상뻬는 또 어떤가. <좀머 씨 이야기>에서 만난 후로 그 아름답고 투명한 그림에 반한 나는, <라울 따뷔랭>과 <속 깊은 이성친구> 또한 즐겼다. 그런데 이번엔 그가 내가 좋아하는 도시 뉴욕을 이야기한다!

단숨에 읽었다. (사실, 상뻬의 이야기는 그림이 많아 단숨에 읽기 쉽다..)

글쎄.. 솔직히 모든 부분이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와닿은 부분이 있다면 Let's keep in touch 정도? 미국에서 반 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그들의 수다와 가벼운 만남, 끊임없이 얘기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정말 할 일이 없는 파티.. 이런 것들에 좀 염증을 느꼈던 터라, 그런 부분에서는 정말 동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뉴욕과 상뻬에 너무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이 책은 내가 읽어본 상뻬의 다른 책들에 비하면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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