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유리
도종환 지음, 정경심 그림 / 현대문학북스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고르게 한 것은 나 자신의 바다유리에 대한 기억과 도종환이라는 이름에 대한 믿음이다. 바다에서 먼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겐 바다란 곳은 늘 특별하다. 늘 바닷가에 가면 이쁜 돌이나 조개껍질 같은 것을 눈여겨보곤 했는데, 언젠가는 바다유리를 주운 적이 있다. 난 소주병 유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더이상 투명하지는 않지만, 작은 조약돌처럼 매끄러우며 은은한 빛을 내던 그 바다유리 앞에서 잠시 자연의 힘과 인내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도종환. 정작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하던 시절에 난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친구가 '부드러운 직선'을 건넸을 때까지만 해도 난 그를 오히려 싫어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시집은 나의 편견을 단번에 깨 버렸다. 그의 시들에서 나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의 삶이 배어 있는 시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저 아름다운 말뿐인 시들과는 다름을 보았다. 물론 이런 나의 선택을 잡아끄는 것도 있었다. '시인이 산문을 과연 시만큼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 그러나 안도현을 생각했다. 믿어보자..했다.

그러나 도종환은 안도현이 아니다.. '바다유리'는 너무 교훈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마음에 닿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안도현의 '연어'나 '관계'를 읽었을 때 느껴지던 그 잔잔한 감동은 없다. 그냥..교훈적인 이야기를 읽었구나..하는 생각뿐. 도종환이 산문에 있어서는, 혹은 이런 어른을 위한 동화류에는 서툰 것일까. 앞으로는 시인이 산문을 썼을 때 좀더 신중해져야지 하고 생각해 본다. 아, 이 책과 함께 산 안도현의 '사람'은 괜찮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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