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에 결혼한 남자는 음악평론가이자 소설가. 출판사를 운영했다. 클로딘 연작은 콜레트에게 일종의 작가 수업인 셈이다. 과정이 어떻든 나중에 콜레트는 첫 번째 남편이 없었다면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13년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빈털털이로 혼자가 된다. 콜레트는 스스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 방편으로 마임배우, 무용수로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비로소 콜레트가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내게 된다. 여전히 궁핍했지만 버텨나갈 수 있었던 건 동성의 연인 마틸 드 모니의 경제적 도움이었다.
<슬픔의 긍지>에서 당시의 무용수, 배우로서의 생활을 볼 수 있다. 지저분한 극장 대기실, 가난하고 처량한 상황이지만 자신을 놓지 안으려 발버둥치는 콜레트... 그리고 극장 주변의 여성들과 소녀들의 애뜻한 풍경.
[마지막 불] [춤추는 여인] [흐린 날] 등은 책이 최초로 출간된 1908년 전후로 쓰인 글들로 모두 마틸 드 모니와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강렬함과 연약함, 나와 타자 사이의 근본적인 틈, 그 틈을 메꾸려는 갈망과 포기, 쓸쓸함이 복잡하게 얽혀나간다. 낭만적으로 사랑을 그려낸 마지막 작품이 1902년의 <파리의 클로딘>이라 말한다. 콜레트는 한 때 이런 말을 남겼다. "남자는 끔직하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남편은 귀족이자 언론인이었던 남자, 콜레트의 기자 경력의 시작이다. 이 시기 천 여편의 기사와 평론을 썼다. 콜레트는 평생 6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 글을 쓰는 게 고역이었던 사람치고는 엄청난 생산성이었다. 남작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콜레트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보러 전선으로 향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 남작은 정치에 뛰어든다. 사랑을 잃고 우는 박새, 콜레트는 또 다시 복수를 감행하듯 남자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 열 여섯 소년. 5년 동안의 관계는 남작과의 이혼으로 끝을 맺는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대공황의 시기엔 역시 생계를 위해 파리에 미용샵을 연다. 화장품과 향수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브랜드화 시킨다. 온갖 일을 도맡아 했다. 광고와 홍보 문구를 쓰고, 지방으로 방문 판매를 나서고, 샵에 온 손님들의 얼굴을 만졌다. 이 때의 이야기가 [화장]이라는 짧은 이야기다.
[지금의 우리는 화가들도 열광할 만큼 다양한 색조를 보유하고 있다. 미용술, 화장품 산업은 거의 영화 제작에 버금가는 자본을 움직인다. 여성에게 어려운 시대일수록 여성은 자신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려고 노력한다. 고단한 노동은 해가 뜨기도 전에 우리가 “연약한 생물”이라고 부르는 여성들에게서 짧은 휴식마저 빼앗아 간다. 오렌지 색조 화장과 커진 눈, 창백한 입술 위로 채색된 붉고 조그마한 입술로 대담하게 자신을 감춘 여자는 일상의 눈속임과 하루 분량의 인내, 그리고 절대 고백하지 않는 자존심 덕분에 자신을 되찾는다.](화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