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메소드 연기 이론의 창시자이지만, 정작 메소드 연기를 구현한 사람은 리처드 볼레스라브스키이다. 폴 뉴먼과 제인 폰다는 이미 스타의 대열에 들어섰음에도 스스로 연기 지도를 받기 위해 볼레스라브스키를 탐구했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에서 폴 뉴먼의 연기는 그렇게 해서 나왔다. 전설의 감독 아서 펜의 <체이스>에서 제인 폰다는 이전과 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볼레스라브스키의 연기론, 매소드 이론이 없었다면 위대한 배우들의 탄생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기론이 주로 연극과 무용 분야를 위한 것이었다면 볼레스라브스키는 그야말로 영화와 TV 드라마 연기에 적합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완벽하게 관통하는 연기 이론을 만들었다. 이른바 ‘캐릭터라이징’, 곧 배역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서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일은 이제 미디어 연기에 있어서 필수이자 넘어야 할 산이 됐다.
예컨대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스티븐 스필버그로부터 영화 <링컨>의 링컨 역을 제안받았을 때 2년을 기다려달라고 했고, 그는 2년간 오른손잡이에서 왼손잡이가 되었다. 실제 링컨의 몸무게에 맞추어 체중을 조절하고, 링컨처럼 턱수염을 길렀으며 (믿거나 말거나지만) 심지어 키까지 맞춘 채 스필버그 앞에 나타나 그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배우는 연기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싹 바꿀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의 중요한 사례로 꼽히고, ‘자신을 싹 바꾸는 일’은 볼레스라브스키의 연기 교육 원칙의 세 번째에 해당한다. 볼레스라브스키는 육체적이고 기술적인 훈련(호흡, 발음, 노래, 팬터마임)으로 시작해 인문 교육(문학, 회화, 음악, 인체 해부학까지)으로 나아가고 궁극적으로는 영혼을 교육하고 훈련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링컨이 되기 위해 링컨의 영혼으로 스스로를 훈련한 셈이다.
신학자들이 아우구스티누스가 쓴 『참회록』을 대하듯 연기자들에게 있어 리처드 볼레스라브스키가 쓴 이 『연기 6강』은 평생을 지니고 살아야 할 지침서이다. 『연기6강』의 내용 하나하나가 주옥이다. 대화로 이어진 강의록으로서의 장점은 구체성이 극대화되었다는 점이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말 그대로 이론을 창시하는 데 주력했다면 볼레스라브스키는 촬영 현장에서, 그것도 할리우드 시스템과 같은 공장형 체제에서 접목하고 실현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볼레스라브스키는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감독으로 전업했지만, 연출보다는 연기 수업에 전념했다. 아메리칸 래버러토리 시어터가 그 산실이었다.
볼레스라브스키는 축구로 말하면 히딩크이다. 히딩크는 선수 때보다 감독일 때 더 재능을 발휘하고 성과를 냈던 인물이다. 볼레스라브스키가 연출한 영화, 마를렌 디트리히와 샤를르 보와이에가 나왔던, <가든 오브 알라>(1936)는 이제 역설적으로 ‘듣보잡’ 영화가 됐지만 이 책 『연기 6강』은 그가 진실로 어마어마한 영화의 역사를 만들어 낸 인물임을 역설하고, 웅변하며, 입증한 업적을 보여주는 책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연기자는 영화를 남긴다. 볼레스라브스키는 『연기 6강』을 남겼다. 꼭 연기자가 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지금의 인생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필독서이다. 삶을 바꾸려면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하고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영혼까지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여섯 번의 강의만 들으면 된다. 그러니 이 『연기 6강』만 열심히 읽어도 된다. 당신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삶의 벼랑에 서 있는 느낌이라면, 더 나아가기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권한다. 『연기 6강』은 스크린 연기를 넘어서 인생 연기를 위해 알아야 할 지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