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재계약을 했다. 2년 전 대비 전세금 인상액이 20%쯤 된다. 

그렇게 올리면서도 집 낡은 것 손 봐달라고 하니 이 정도쯤은 아저씨가 해도 된다며 우리 영감의 능력을 과신했다. 밀당의 결과, 우리의 요구조건은 다 밀렸고 겨우 하나 얻어낸 게 베란다 천장에 페인트칠 다 벗겨서 천장과 바닥에 가루 떨어지는 것만 어찌 해보겠다며 선심 쓰는 듯 넘어갔다. 

아래의 변창흠 교수님께서 내 가슴 속 울분을 요목조목 다 정리해주셔서 읽고나니 씻김굿을 한 기분이다. 이렇게만 될 수 있다면 일주일 사이 폭싹 늙은 것 같은 내 인생의 속도를 좀 더 느리게 갈 수도 있겠다.

집 임대계약 몇번만 더 했다간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승질머리 버리고 피부도 망가지고, 추하게 늙어버릴까 소심해진다.  (201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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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이 마음에 들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집주인 때문에 호시탐탐 눈독들이던 앞집 단독주택에 이사가서 지금 집주인에게 빅엿을 날리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집주인을 만나기 전까진 머리 속에선 내내 너희 집 안사고 그 가격으로 앞집 전세로 갈꺼다 하면서 '교양없고 몰상식하게' 계약서를 갈기갈기 찢어 집주인 면전에 확 뿌리며 썩소를 날리는 상상을 하거나, 집주인 집에 찾아가 내가 확 불질러 버릴테니 영감에게 맛있는 사식을 넣어달라고 하거나, 그래도 분이 안풀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 가장 잔인하게 복수할 수 있는 온갖 방법들을 상상하며 제 풀에 지쳐 새벽에 잠들었는데...

오늘 낮에 엄마와 영감은 부동산에서 재계약으로 가닥을 잡았단다.

울 엄마는 바로 그 집 이사갈 가격이면 차라리 지금 집을 사는 가격이고, 아무리 가까워도 한번 이사에 몇백은 깨지고, 단독은 열효율이 안좋아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 등등 지금 집에 사는 게 제일 낫다고 하며

엄마 왈, 집주인을 위해 지금 이 집에서 살아주는 게 아니라 현재 전세 물량도 없을 뿐더러 지금 나오는 집들도 지금 집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기에 나를 위해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재연장이 최선이라는 엄마의 말씀..

이거 이거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인데... 푸줏간 주인 대신 집주인으로만 바꼈을 뿐.. 소위 사회적경제를 지원하는 내가 국부론에서 묘한 위안을 얻게 되는 이 아이러니란...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마음 둘 곳이 없어 거의 매일매일 퇴근하고 심어댔던 씨앗들은 지난 밤 빗방울로 싹이 많이 올라왔고, 상추와 깻잎은 한번 솎아 먹었는데도 무성하게 잎이 다시 올라온다. 

오늘 저녁 내가 끓인 된장국과 생협에서 사온 땅두릎은 눈물날 것만큼 맛있었고, 영감은 집주인을 만난 후 퇴근해서 여전히 기분 나빠하고 있을 나를 위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딸기와 꼬깔콘을 사다놨다.

친구랑은 전화통화로 우리끼리 세입자의 서러움을 토로하는 장을 마련하자는 둥, 나중에 땅콩주택 지어 같이 살자는 둥 온갖 수다를 쏟아내고 나니

집주인 집에 가서 불지르고 싶은 마음은 차일피일 미룰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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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을 꼭 사서 가져야 된다는 생각을 별로 한적 없다. 아직 젊으니 자유롭게 다양한 집에서 살아보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그런데 방금 집주인과 재계약 때문에 계약일정을 언제로 잡을지 얘기하다 집주인으로부터 교양없고, 몰상식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늘 전화 와서 내일 재계약 하자는 걸 일정 다 맞출 수 있는 일주일 후에 하자고 하니 돌아온 답변이다. 원래는 5월13일이 재계약인데 연락이 없어(굳이 우리가 하자고 할 필요도 없어) 기다리도 있던 찰나이기도 했다. 

집에 관해선 엄마가 경험이 풍부해 엄마일정을 고려해 잡은 일정이었는데, 집주인은 내가 미성년자도 아닌데 엄마랑 동행하냐는 비아냥도 들어야했다. 열을 받아야 하는데 바보같이 눈물이 났다. 앞집 단독주택 2층 집나왔다는데 집 안나갔다면 내일 재계약 파토내고 앞집으로 이사가서 확 엿먹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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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는 꼬물이들에게 부러 며칠 눈길을 안준 사이, 오늘보니 못보던 새끼꼬물이가 3마리나 늘었다.

너무 신기하고 이뻐서 다른 꼬물이들에게 먹이를 듬뿍 주고 한참을 쳐다보니 이 작은 꼬물이들도 각각 성격차이가 난다. 

한 녀석은 겁도 없이 큰 녀석들과 물 윗쪽을 쏘다니고, 두 녀석들은 바닥에 조개 틈 속에 납작 엎드려 한참을 찾아보아야 보인다.

얼마 전 지인에게 유산균을 나눠줬더니 플레인요거트가 됐다며 신기하다며 감격에 젖은 문자를 보내왔고

한달 넘게 꽃봉오리만 있고 피지 않아 속을 태우던 치자꽃은 하얗게 꽃망울을 터트리고 근사한 향기를 풍긴다.

이언 보스트리지가 부르는 슈베르트를 듣고 있노라니 열린 창문을 통해 산바람이 불어오고 소파에 앉아 있으니 문득 일기가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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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작가와의만남님의 "로맹 가리 낭독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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