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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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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랑한 1초들│곽재구│문학동네│2011.07.25


란 하늘에 바람이 몽글몽글 피운 뭉게구름을 넋놓고 바라보는 1초, 요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입니다. <포구기행>이라는 그의 책을 몇년 전 낡은 증고서점에서 구입했지만 읽지 않았던터라 낯설은 그가 사랑하는 1초는 어떠할까 궁금했습니다. 이거야! 라고 콕 찝어 말해주면 좋을텐데 그는 그저 담담히 산티니케탄에서의 그의 생활을 들려줍니다. 한때는 열망하였던 나라, 인도! "노프라블럼!"을 외치는 인도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좀 시들해졌던 참입니다. 별거없는 일상이 참 재미가 없어서 지루한 책장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p. 95 사람을 좋아하고 모든 생명들에게 큰소리로 인사하기 좋아하는 그가 왜 어두컴컴한 흙집 속에서 한 생애를 살아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를 생각하면 현생에서의 내 삶이 많이 다행스럽기도 하고 많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쿵, 하고 묵직한 무언가가 내려앉습니다. 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덧없음에 지치던 날들이었습니다. 왜 내게 주어진 것이 이리도 쓴지, 이유를 찾고 싶어서 안달이 났더랬는데 그들에 비하면 나는 천국에서 앓은 소리를 했던 꼴입니다. 그렇게 나는 깊이도 그의 이야기에 빠졌습니다. 달걀을 바닥에 깨트리면 달걀프라이가 된다는 그 더위는 상상하기만 하여도 숨이 막힙니다. 릭샤를 타고 비오는 거리를 달리고 싶어집니다. 조전건다 나무에서 풍기는 달빛냄새도 궁금합니다.

특히나 마시(가정부)들과의 고군분투한 이야기들에는 피식피식 깨알같은 웃음도 쏟고, 아하! 감탄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 이야기에 빠졌습니다. 시인이라서 그런지 담백하게 잘 정돈된 언어로 읊조리는 그의 이야기는 나를 산티니케탄에 옮겨 놓았습니다. 2층 베란타 바깥 난간에 나란히 앉아 샌드위치를 만들어 티타임을 갖는 마시 곁에 앉고 싶습니다. 그렇게 다름,을 깨닫고 인정해가는 과정들에서의 행복이 내게도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사라(인도 생활이 사 년째인 한국 아가씨)는 그녀의 마시가 500루피(10루피=250원, 콩을 야채와 볶아 루띠라 부르는 손바닥 크기의 공갈빵 4개, 짜이 한잔을 먹을 수 있는 가치예요. 그러니 500루피는 정말 큰 돈입니다.)를 훔쳤는데, 돈을 보이는 곳에 둔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큰 돈을 보았다면 자신도 욕심이 날 것이라고 마시를 감쌉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들이 소복히 쌓인 책입니다.

p.218

내가 보기에 소루밀라는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유쾌한 일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인도의 흙과 바람과 햇살이 만든 설움이지요.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그냥 다람쥐나 염소나 소처럼 살아온 것이지요. 뭔가 물건이 많이 있으면 욕심을 내지만 그때뿐이지요. 없으면 그만이고 있으면 잠시 가져다 쓰는 것입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갈 필요도 없고 고용주의 눈에 들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가려고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삼 주의 긴 휴가 끝에 일주일쯤 건성건성 일하고 다시 사흘 쉬고 그게 고용주와의 계약 이행에 심각한 문제가 되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지요. 안다면 아무도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p.298

조이렙의 바울 축제에 갔다가 9인승 지프에 서른 명도 넘는 사람들이 탄 것을 본 적이 있지요. 스물여석 스물일곱 세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셈을 하는 동안에도 사람들이 계속 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지붕 위까지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의 모습이 유쾌한 콩나물시루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트럭에 가득 찬, 버스의 지붕을 가득 메운 인도인들 중 인상을 지푸리는 이를 나는 본 적이 없습니다. 길을 가다 손을 흔들면 그들 모두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지요

 

한국인들조차 그를 마니푸르인(미얀마 국경 가까운데 사는 인도인들을 지칭하는데 한국인들과 흡사하단다)으로 착각하고 길을 물을 정도로 그는 그 안에서 이질감이 없습니다. 내게 여행이라 함은 그 곳의 명소를 찾아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여행객이 되는 일이였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차츰 바뀌어갑니다. 그 곳의 삶 안에 놓인 생활인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내게 지금은 그만큼의 여유로움이 없으니까 살아보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그 곳의 커피숍을 찾는 일입니다. (나는 커피도 좋아하니 일석이조) 여행까지 가서 커피숍에 앉아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깝지 않느냐 누가 내게 물었지만 나는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채웠습니다. 나도 안식년을 맞이하면 꼭 짜이 한 잔 하러 가야겠군요.

달빛이 깨끗하고 바람이 서걱거리던 가을 밤에 모든 아름다운 1초들의 가꾸어 낸, 풍요로운 생을 마주했습니다. 그것은 물직적인 풍족은 차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행복입니다땅과 바람이 키운 인도인들의 삶으로의 그 너그러운 시선을 닮은 그의 이야기가 참으로 평안합니다.



 

p.345

삶이란 원래 이런 거야. 이렇게저렇게 다 헤맨 뒤에야 지혜의 길에 도달할 수 있는 거라구,

 






녀, 어른이되다.

copyright ⓒ 2011 by. Yu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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