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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홀가분' 입안에서 굴러가는 발음이 참 기분 좋다. 마음주치의 정혜승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이라는 부제도 기대감을 부풀렸다. 아마도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몇가지 이야기들이 마음을 건들지만 사실 기대만큼의 홀가분은 경험하지 못해 조금 아쉬운 마음이다. 그러고보니 요즘 부쩍 심리치료나 위로에 대한 에세이가 많아진 느낌이다.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절대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마음은 그 풍요로움을 따라가지 못하니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인한 빈곤을 혼자서는 제대로 감당해내기 어려운 탓일거다. 그렇게 나도 책에서 얻는 위로가 더 없이 살갑고 고맙다.

이야기 내내 저자 정혜승님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자신을 잘 알고, 보살펴 사랑해야 진정한 '홀가분'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p.49 살면서 무엇보다 먼저 시정되어야 할 것은, 자기를 잘 보듬지 못하고 귀히 여기지 못 하는, 자기애와 관련된 나태함이라고 저는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자신을 향한 사랑은 자못 이기주의, 로 와전되어 인식될 수도 있으나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귀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타인의 가치도 존중할 수 있음이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흩어져 있는 삶의 시선을 우선은 나에게도 거두어 와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p.66 마음의 영역에서도 이런 순환의 법칙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한옥의 광 같은 허드레 공간이 있어야 인간의 마음은 정상적으로 순환됩니다. 나 자신이 세운 날카로운 기준에 베여 여기저기 상처로 곪을대로 곪아버린 안타까운 내 마음을 살짝 들여다 본다. 미안하고, 안쓰럽다. p.35자기 마음을 바라볼 때도 그러면 됩니다. 때로 본인이 생각해도 괜한 짓이라 느껴지는 경우가 있겠지요. 그러면 어떤가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기다리면 되지요. 타인에게도 그렇지만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일은 쉽지 않다 

모르는 것은 아니다. 누누히 들어온 자신을 사랑하라, 자신을 믿어라, 자신에게 너그러워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이제 신선함을 잃고 식상하기까지 하다. 수없이 들어도 변하지 못하면 그뿐이고, <홀가분>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명쾌한 심리처방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전용성 화백의 무심한 듯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그림들이 어떤 페이지에서는 글자보다 더 많은 위로를 건넨다. 기교가 뛰어나거나 화려하진 않아도 삶을 충분히 살아내고 누린 사람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깊이가 담겨 있다. 보태거나 과하게 꾸미지 않아도 삶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듯이. p.165 나희덕 시인의 절창(絶唱)처럼, '산다는 일은 더 놓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p.229 어떤 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 편안해집니다. 예전에 읽었던 공지영 님의 책에서 그런 구절을 보았다. 이제껏 불행한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과거의 불행때문에 나의 오늘이 불행해지는 것은 내 탓이라고 말한다. 그 불행의 원인이 어디에서 온 것이든 그 불행에 발목 잡혀 모든 날들을 불행의 먹물로 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꾸짖는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바라보고 있을까. 불행까지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아량이 생기려면 삶을 얼마나 더 살아내야 하는걸까. 어떠한 값진 이야기든 내것으로 삼지 않으면 소용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라고 - 요즘, 내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생각만 있는대로 가지를 뻗치고 아무것도 행동에 옮기지 못하니 이런 나를 바라봄이 답답하기 떄문일거다 -  이 책을 자극제 삼아 조금 더디더라도 미약할지라도 변화의 첫걸음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p.223

울건 웃건 아기가 존재 그 자체로 빛나는 가치가 있는 것처럼

흐리든 화창하든 나에겐 '나'그.자.체.로.가 그대로 쓸. 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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