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중국까지 이산의 책 3
장노엘 로베르 지음, 조성애 옮김 / 이산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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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서양이 동양에게 가진 호기심 혹은 동양이 서양에게 가진 동경 등은 '제국주의'나 '문명에 대한 맹목적 동경'으로 여겨지기 쉽다. 사실 서양과 동양이 친하게(?)지낸 적이 역사상에 얼마나 있을까? 항상 수탈과 침략 아니면 상대방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 애정없는 비판....그러나 이 책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1세기 초 중국의 후한, 인도 북부의 쿠샨, 파르티아, 로마 등 네 제국의 평화적인 교류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역이 자유롭게 왕래되고 서로의 황제에게 서신이 교류되며 서로를 평화적으로 우호적으로 인정하는 국제관계 - 저자는 동양과 서양의 네 강대국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런 시기를 아주 '부러운'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중단되는 것은 왜일까? 아무리 나라간 교류가 활발하고 무역양이 많다고 해도, 그것이 몇몇 군주와 귀족들의 손에서만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왕은 계속 바뀌며 그 왕의 '취향'에 따라 교류는 계속될 수도 있지만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교류의 '제도화'아닐까? 그리고 민간교류를 활성화 시킨다면 두 나라 간에 마찰이 생기더라도 계속 교류는 이뤄지지 않을까?(요즘 우리 정부의 일본에 대한 감정이 상당히 안 좋긴 하지만 민간 교류를 중단시킨다면 그것은 우리 손해가 아닐지?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이 베트남전 때 한 일 때문에 한국을 싫어 했는데 몇몇 한국 연예인들의 인기 덕분에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우호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물론 이것은 전쟁이 없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1세기 사람들한테 그런 것 까지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국제 관계가 이 책에 나온 시기처럼 평화로운 때는 별로 없었다는 생각에서, 분명 이런 시기는 부럽기는 하지만 지향해야 할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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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 청목정선세계문학 39
미우라 아야꼬 지음, 이정예 옮김 / 청목(청목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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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그 이기심으로 서로 뜻하지 않게 뒤얽혀 깊은 상처를 낸다.(384쪽)
일이 자기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경우 반드시 그 계획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266쪽)
구름 위에는 언제나 태양이 빛나고 있고, 잠시 구름이 끼어도 태양은 언제나 빛나고 있다.(266쪽)

-제가 감명 깊게 읽은 구절들입니다. 우유부단하고 오해와 증오를 무자비한 방법으로(그러나 '냉철'하게) 푸는 게이조오. 나르시스즘과 허영에 빠지며 극단적인 감정의 교차를 제어하지 못하는 나쓰에. 남매간의 정과 이성간의 사랑에서 갈등하는 남자 도오루. 듬직한 친구같지만 실은 모든 오해의 근원을 제공하는 다까기....

그 외에도 거의 모든 등장인물의 이기심과 질투, 배신과 위선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작은 이기심이 다른 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상처받은 이는 또 다른 사람에게 계속 상처를 줍니다. 인간은 이런 고통 속에서 인생의 허무를 맛 본게 됩니다. 그러나 주인공 요오코는 -정작 그녀 자신은 모든 악의 결과로 얻어졌으면서도- 항상 절망하지 않고 오염되지 않으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갑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절대적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가 바탕에 있고, 그 인간의 처절한 '인간다움을 향한 노력'이 있을 때 (자신의 본질을 초월하여 실존할 때) 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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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남성 콤플렉스
여성을 위한 모임 / 현암사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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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사회에 다양하게 나타난 여성문제를 일곱가지 콤플렉스로 분류해 다루고 있다. 깊이 있고 심도있는 토론 보다는 실생활에서 나타난 문제를 다루어 여성문제에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것 같다. 착한 여자, 신데렐라, 성, 외모, 지적, 맏딸,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비단 해당되는 사람에게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외모가 출중한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외모 콤플렉스는 여성 모두에게 생활의 걸림돌이 된다.

우리는 먼저 이런 사회적 고정관념을 무너 뜨려야 한다. 또한 자신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자기의 외모가 출중하거나 신데렐라 처럼 갑작스런 신분상승을 이루거나 하는) 이런 사회적으로 잘못된 현상에 눈감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여성 문제의 해결은 고정관념의 타파와 철저한 이타정신이 있어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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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앙드레 말로 지음, 김붕구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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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고전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분하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인간의 조건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바뀔 것이다. 무시무시하게 빠른 생각의 속도와 그 혁명적인 사상! 철저한 무정부주의자인 주인공들의 모습과 중국 땅에서의 러시아인 일본인 등이 얽혀 사상에 고뇌하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그리고 책 뒤에 있는 김붕구님의 앙드로 말로 연구를 통해 이 책과 앙드레 말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의 조건 책에서는 그렇게 혁명적이고 무정부적인 말로가 후에는 왜 드골정부에 협력했는지를.

무정부주의자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세계를 변화시킬 것 같지만 사실은 모순적으로 엄청난 힘에 자신을 기대고 싶어하는 것 같다. 조국 프랑스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던 그가 나치의 침략으로 프랑스가 어려움에 처하자 오히려 열렬한 애국주의자가 되고, 공산주의에 희망을 갖고 있던 그가 스탈린의 독재와 침략 등에 환멸을 느끼며 드골 대통령의 그 강력한 힘에 자신을 기대었다는 것을 말로의 어린 시절 환경에서 부터 차분하게 설명한 것은 앙드레 말로 저서와 그의 삶 사이의 모순을 적절히 나타낸다.오히려 이 책의 빛나는 점은 김붕구님의 해설이 아닌가 싶다. 진정으로 소설을 아는 사람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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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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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마키아벨리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그렇다. '인간적'이면 된다. 공무원들이 국가 돈을 약간씩 떼먹는 것도 봐줄 수 있다.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고급 룸살롱에 가서 이른바 접대부들과 노는 것도 봐 줘야 한다.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인간적이라는 말인가? 어떠한 행위를 해서라도 권력을 얻고야 마는 것이 인간적인가? 방법은 어떠하든 간에? 왜 메디치가가 권력을 복귀하는 모습은, 꼭 칠레에서 민주적인아엔데 대통령이 군부에게 쫓겨나는 모습과 똑같은가?

마키아벨리는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시오노 나나미에게는 '친구'가 될지언정 결코 민중에게는 친구가 아니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약소국으로서 강대국을 견제하는 베네치아인의 삶에 매료되었었지만 피렌체인의 삶은 결코 본받고 싶지 않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시오노 나나미는 '본질적으로' 귀족 혹은 부르주아의 편이다. 결코 민중의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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