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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광인일기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5
루쉰 지음, 정석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평점 :
주인공 아큐는 중국 일반 평민, 민중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는 우둔하면서도 허례허식에 가득 차 있다. 마을에서 조롱을 받으면서도 전혀 깨닫지 못한다. 아큐는 성조차 불분명하다. 그가 짜오타이예의 아들이 급제했을 때, 짜오(趙)가를 자처하다가 짜오타이예에게 따귀를 맞는 모습은 그의 출신 성분이 불분명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게다가 이른바 명문가(名門家)의 개념이 그 당시까지도 강하게 남아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아큐의 '큐'자도 막연히 Q자로 시작되는 이름이라는 것을 암시할 뿐 어떤 이름을 지
칭하는 것은 아니다.
아큐는 집도, 직업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의 행적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큐는 이러한 자신의 조건에 걸맞지 않게 자존심만은 매우 강했다. 그는 머리에 있는 탈모 흉터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서 이것을 건드리는 자가 있으면 고의든 실수든 간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곤 했다. 가진 조건에 걸맞지 않게 드높은 자존심-근대를 맞이한 중국과 중국인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건드리면 덤벼드는 모습은, 실제로 싸워야 할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날뛰는 중국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아큐에게 놀림을 당하였던 왕후가 오히려 아큐를 주먹다짐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절대우위에 있었다고 생각하던 청나라가 일본에게 패배하는 청일전쟁을 연상하게 한다. 일본으로 건너갔다 돌아온 이른바 '가짜 양귀신'에 대해서 아큐는 적대적이다. 그가 변발을 자르고 가짜 변발을 한 모습을 보고, 그의 마누라가 네 번째로 우물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안된다라고 생각한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양적인 가치와 여성의 인권에 대하여 여전히 '전통적'인 중국 민중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왕후나 가짜 양귀신에게 모욕을 당하고 그 화를 약한 여성(비구니)에게 푸는 모습은 야큐의 지극히 모순적인 모습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일본이나 서양세력에 당한 모욕에 분개할 줄은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해서는 권위적이었고 각종 제도와 사상로 이들을 통제했다. 아큐가 혁명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는 혁명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처음에는 혁명군을 '반란군'과 동일시했으며 이들에 대하여 '이를 갈고' 있었다. 이전에 자기를 홀대하였던 짜오타이예가 아큐를 '라오Q'라고 높여서 불러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였다.
실현되지는 못하지만, 아큐는 그의 사적감정을 나타내며 혁명을 통해 자기와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을 처단하려고 한다. 또한 그들의 값비싼 물건을 탐내고, 심지어 여성들을 강간할 생각까지 한다. 중국 민중들은 진정한 '혁명'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에 비해 오히려 처단 받아야 할 반동분자들은 재빨리 변발을 틀고 혁명에 '참여'하여 기회주의자로서 살아남는다. 아큐의 마지막은 비참하다. 영문도 모르고 짜오 가를 약탈한 모반자로 몰려 죽는다. 그는 종이에 서명을 하는 것이 자신을 죽게 만든 다는 것도 모른 채, 자신이 동그라미를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를 고민한다. 사람들은 그가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 '총살을 당해 죽었기때문에' 나쁜 짓을 한 것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큐는 자기 전통에는 긍정적이면서, 모든 것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이른바 '정신승리법'으로 실제로는 맞으면서도 자기를 합리화하여 패배하면서도 승리하고 있다고 자기를 위로한다. 이 소설은 단순히 아큐라는 한 인간을 통해 당시 중국의 모습과 중국 민중들의 비참한 생활을 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