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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본질을 묻는다 ㅣ 창비교양문고 9
정경모 지음 / 창비 / 1988년 9월
평점 :
품절
이 글은 우리 민족에 대한 일본인의 태도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비판하고 있다. 사실 조금 감정적인 글이다. 일본인 중에서 한국에 대하여 '올바른' 인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또한 글의 '선동적인' 문체가 오히려 한국과 일본의 감정 대립을 부추겨 양국간의 대립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정말 일본은 해방 이후 계속 사죄를 거부하여 왔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이 글을 읽기 전에는 일본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쉽게 수용하고 전반적으로 개방적인 나라라고 생각했었다. 미국의 것과 거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일본 대중가요, 서양인들처럼 노랗게 물들인 일본 젊은이들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일본은 오히려 자신의 문화를 잘 지키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조그만 편견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국적을 버리지 않으면 승진 심사 등에서 온갖 차별을 해대다가도 일본인으로 국적을 바꾸기만 하면 그런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것이든지 철저히 '일본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야스꾸니 신사에 있는 2만 명에 달하는 우리 선조의 영령도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의 이름으로 모셔져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글은, 서양인에 대하여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인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에 대해서는 적대적이라는 글이었다. 그야말로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민족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일본인으로의 귀화를 거부하는 재일 조선인 중의 한 명이 '내가 인도네시아인 혹은 미얀마인으로 되는 거라면 귀화해도 좋지만 일본에 귀화해서 일본인인 되는 것만은 싫다'라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들은 단순히 국수주의적인 입장에서 일본에 귀화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