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가을 우리 시대의 고전 1
요한 호이징가 지음, 최홍숙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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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 만 느껴졌던 중세에 대해 '감'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여기에 나온 것만 보면 중세는 정말 비합리적이고 우울하고 종교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살고 싶지 않은 시대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르네상스가 중세와 단절되어서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중세의 유산이 그대로 이어져서 르네상스에서 꽃핀 것으로 이해해요. 중세가 없으면 르네상스도 없었다는 것이지요

문학에서는 연애 시에서조차 빈정거림이 유행하고, 마녀 재판이 있으며, 기독교에 대한 맹목적인 열성으로 (성경 적인 해석과는 관계가 없는) 신비주의...낭만적인 사랑으로 묘사되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기사도와 궁정식 사랑...그러나 저자의 글은 왜인지 중세 사람들을 비판하기보다는 따뜻하게 감싸는 듯한 태도가 느껴집니다. 책이 두껍기는 하지만,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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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사학사 -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 역사학은 끝났는가?
게오르그 이거스 지음, 임상우.김기봉 옮김 / 푸른역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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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역사의 방향을 제공하는 거대 담론을 발견하는 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은 종종 탄식으로 말하는 것처럼 역사가 모든 의미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계몽주의가 저지른 최대의 실책을 '진리를 과학적, 즉 계량적 공식화들로 환원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던 계몽주의의 왜곡된 이성관'이라고 봅니다. 과학의 전능에 대한 믿음이 새로운 신화를 구축하였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계몽된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은 모든 형태의 독단적 권위와 절대적 통제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계몽주의는 단죄되었을지언정 그것을 대체하는 것은 야만일 뿐이다.'
제 생각은 저자와 약간 다름니다. 계몽주의를 대체하는 것이 '야만'이지만은 아닐 것 같아요. 오히려 '계몽'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져 있는 '야만'이 더 무서운 것 아닌가요?
이 책은 랑케에서 시작하여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역사가들의 업적과 견해를 다루고 있습니다. 역사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20세기에 역사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잘 아실 수 있을 거에요. 역사가들 사이에 비판과 논쟁에 있어서, 저자는 비교적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였다고 저는 생각해요.

단지 단점이 있다면, 분량에 비해 책값이 좀 비싸다는 점이...좀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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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밀란 쿤데라 지음 / 청년사 / 199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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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가벼움과 무거움의 대립을 이야기한다. '불멸'에서는 가벼움과 무거움의 대립이 아주 다양한 주제(성, 육체, 삶, 죽음 등)로 확대되어 간다. 언니 아녜스와 동생 로라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모습에서 너무나 대립적이다. 조금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인간은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가진 존재이다. 가벼움 혹은 무거움의 가치 중 어느 하나가 우선한다고 만은 볼 수 없다. 로라처럼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삶은 화려해 보이지만, 무질서하고 안정감이 없다. 아녜스의 조용하고 정신적인 삶은 안정적이고 도덕적이지만, 그것은 행복하기에는 별로 적합하지 않은 듯 싶다. 305쪽에 나오는 그림은 이 소설의 주제를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나타낸다. 로라의 형상은 꿈으로 가득 찬 머리가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육체는 땅으로 끌리고 있다. 둔부는 물론 묵직한 두 젖가슴도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로라는 불멸하기를 원한다. 그녀의 육체는 철저히 현세 지향적이다. 로라에게 육체는 곧 성과 이어진다. 다른 사람과의 성 관계, 사랑은 그들에게 로라의 존재를 인식시켜 주는 일이다. 그들의 기억 속에서, 로라는 영원히 살아 갈 수 있다.

대조적으로 아녜스의 육체는 불꽃처럼 위로 올라간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머리는 언제나 살짝 수그러져 있고 땅을 바라보는 회의에 차 있다. 아녜스에게 육체적인 현세의 삶은 별 의미가 없다. 아녜스의 정신은 그러한 육체적인 삶을 회의한다.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것처럼, 아녜스는 정신(혹은 이성) 그 자체이며 육체는 없어도 되는(땅이 아니라 하늘로 사라져 버려도 괜찮을) 것이다. 즉 아녜스는 '삶' 보다는 '존재'와 '존재의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서양 철학은 논쟁을 통해 발전해 왔다. 신과 인간, 육체와 정신, 이성과 감정...그리고 이것은 아녜스와 로라가 고민한 가벼움과 무거움의 문제와 연결된다. 소설 속의 두 주인공의 대립은 단순한 창작 기법을 넘어서, 인류가 항시 고민해 왔던 주제들의 대립을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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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탄생 범우고전선 17
니체 / 범우사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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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만 두 가지 면이 있다. 반은 깨어 있고 반은 꿈꾸고 있는데, 이 중에서 깨어 있는 때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하며, 중요한 가치가 있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실 이 것만이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즉 니체는 자연 속에서 저 강력한 예술적 충동을 인식하고, 이 충동 속에는 가상(假象)에 대한 동경, 가상에 의한 구제에의 열렬한 동경이 있음을 인식한다.'

'(도덕은) 쇼펜하우어의 말에 의하면 꿈꾸고 있는 사람을 더욱 깊이 잠들게 하기 위하는 데만 필요한 것이다. 근대 예술은 그와 같은 보편적인 위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모든 위대한 생산적인 시대의 천재들에 매달려 이것을 모방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다. 근대인을 위안시키려고 모든 <세계문학>을 그의 주위에 모르고, 모든 시대의 양식과 예술가의 한가운데에 그를 세워 두고, 아담이 동물의 이름을 지어 부르는 것과 같이, 그를 이들 예술가에게 작명을 시켜도 무의미한 것이다.'

이 책은 내게 너무 어려웠다. 니체는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냥 뜬 구름 같이 글을 써서, 무슨 이야기인줄 몰랐다가, 니체를 쉽게 설명한 '라쁠라스의 악마는 무엇을 몰랐는가'라는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니체는 상상의 세계를 중시한다. 현실과는 다른 가상의 세계인 예술을 중시한다. 또한 비극의 주인공인 아폴론적인 삶과, 디오니소스적인 삶을 이야기한다.그러한 것이 문화 창조의 원동력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지금은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1800년대에 이미 예술을 이렇게 중시하는 것을 보면, 니체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깊은 인식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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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 지성의 근본주의 비투비21 3
피터 칼버트 지음, 김동택 옮김 / 이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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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해석하는 자유주의적 모델은 현존하는 사회질서의 결점 때문에 혁명이 발생했다고 본다. 혁명은 수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행정적 땜질의 잔해를 일거에 쓸어 보리고, 좀 더 논리적이고 새로운 기반의 경제 활동을 성립하게 하는 합리화를 달성하기 위한 거대한 행위였다. 다른 견해로 기능주의적 모델이 있다. 복합적인 역기능의 존재, 즉 체제의 상당 부분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함으로써 사회의 다른 부분들이 소외되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사회혁명의 조건이 된다. 복합적 역기능에 어떤 사건이 촉매제가 되어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맑스의 결론은 봉건제가 생산에 적절한 기반을 제공하지 못하자마자 부르주아지가 귀족들을 대체하였듯이, 세계에 괄목할 만한 변형을 가져온 자본주의도 최종적으로 생산 능력을 소진하게 될 경우 프롤레타리아트가 부르주아지를 타도할 것이었다.

혁명은 공통된 속성이 있다. 첫째 혁명은 갑작스럽다. 둘째, 혁명은 폭력적이다. 셋째 혁명은 정치적 계승이다. 넷째, 혁명은 변화다. 저자인 피터 칼버츠는 혁명에 대한 자세한 이론과 해석들을 상세하게 비교하였다. 이 책 하나로 혁명에 대하여 완전히 알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혁명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면서고 간단하게 잡을 수 있다. 분량도 많지 않아서, 짧은 시간 내에 개념을 정리할 때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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