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7가지 거짓말 - 주류경제학은 어떻게 경제와 사회를 위협하는가
제프 매드릭 지음, 박강우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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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제학의 7가지 거짓말>은 주류경제학이 어떻게 세계의 경제를 망쳐 놓고 있는지를 잘 분석한 책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주류경제학자들은 단순히 경제학에 대한 그릇된 분석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의 정치가들, 더 구체적으로 미국의 정치가들과 자본가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더 못 살게 만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주류경제학의 과오가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주류경제학에서 고전으로 삼는 보이지 않는 손세이의 법칙이라는 것도, 그 이론이 만들어질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봐야 한다고, 이 책에서는 주장합니다. 즉 이 두 가지 이론은 어떤 시기에도 다 들어맞는 과학공식이 아니라, 특정한 국가와 어떤 시기에만 맞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치 온실에서 있던 화초가 바깥으로 나온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하게 살아 남는 것이 아닌 것처럼, 현실의 복잡한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 법칙을 세우는 것은 무척 위험합니다.

경제 주체들이 어떤 경제적 판단을 할 때, 경제학적인 이론에서 말하자면, 분명히 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케인즈는 주장합니다. 실제로는 기업은 어떤 합리적인 기준에서 투자를 결정하지 않고, 불확실성이라는 심리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야성적 충동 animal spirit에 의해서 투자를 결정할 때도 있습니다.

주식을 사고 팔 때도, 어떤 회사의 전망이 좋아서 주식을 사고 파는 경우는 드뭅니다. 마치 미인 컨테스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미녀에게 투표하는것이 아니라, ‘1등이 될 것 같은 사람에게 투표하는심리가, (합리성이 최우선되어야 할) 주식 시장에서도 통합니다. 그래서 정말 건실하고 촉망받는 회사의 주식이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군중심리에 의해 사람들이 몰리는 회사의 주식이 상한선을 치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른바 작전세력이 개입하게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 됩니다.

이러한 시장만능주의자들에게 맞서기 위해, 케인즈의 이론을 받아들인 경제학자들이 1980년대에 등장하지만 (새 케인즈학파 the new Keynesian), 이들조차 근본적으로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을 신봉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기침체기에 케인즈주의적 확장재정정책이 상상한 경기부양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1달러만큼 정부지출이 증가하면, 1달러보다 더 큰 폭으로 GDP가 증가합니다. 이른바 케인즈가 말한 승수multiplier’ 효과입니다.

신제도주의 학파에 따르면, 사회간접자본, 공공교육, 연구개발, 보건의료 등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민간투자 못지않게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에 중요한 요인이며, 민간단체가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와 복지수준의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부는 단일 주체로서는 가장 규모가 큰, 교육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자입니다. 또한 스스로 신기술을 개발하는 개발자이기도 합니다. 저는 정부의 역할에 대하여 이렇게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역시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나 학교, 종교단체 및 시민단체의 규모와 비교할 수 없을 듯합니다.

이 책에서 무척 흥미롭게 본 점은, 미국이 이미 1820년대에 공립학교에서 무상초등학교를 추진하였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에 한국에서 무상급식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가지고, 전국에서 논쟁이 벌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앞선 그들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선왕국이 세도정치로 망해가고 있던 1820년대,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이미 공교육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런 무상교육이 국민들 간의 지식 차이를 낮추고, 계급간의 첨예한 대립을 약화시켰을 것이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다만 이것이 어디까지나 유색인종을 제외한 교육이었을 것이기에, 한계가 있는 듯합니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는 흔히 말하는 자본주의의 황금기 golden age of capitalism를 맞습니다. 이 때 미국 정부는 각 주 간의 교통망을 확충하기 위하여, 각 주와 주를 잇는 고속도로 interstate highway를 깝니다. 또한 학생들에게 대학보조금을 주고, 의료복지정책을 추진하며, 연구개발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아마 이 시기가 유럽이 전쟁으로 몰락해 있던 시기라서, 미국이 달러의 힘을 믿고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듯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여기에 생략해 놓았지만, 아마도 소련과의 체제 경쟁이 이러한 정부 지출에 영향을 미친 듯 합니다.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진영에서, 의료비들을 무료로 지원하고, 대학도 공짜로 보내주고 하는 등의 선심성(?)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이러한 정책에 맞불을 놓아야 했을 듯합니다. 물론 공산주의 진영에서의 이러한 복지정책은, 부실한 의료 체계와 교육 환경 때문에, ‘빛 좋은 개살구였을 뿐입니다.

기업과 달리, 정부는 상업적 응용 가능성이 아직 불투명한 초기 단계의 기술에도 개발비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나서서 노조를 보호하면,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게 되고, 이것이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상승 시켜,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몇 차례 외교적 위기(베트남전 패배, 오일 파동 등)를 겪고 난 후, 미국은 급격하게 정부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약해지고, 시장주의자들의 입김이 세집니다.

한국에서도 이명박 정부 때, 민영화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민영화 정책은 수많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시킵니다. 그로 인해 그 기업의 단기적 이윤은 증가합니다. 하지만 해고되지 않고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예전보다 더 긴 시간을 일해야만 했습니다. 한편 미국과 같이 국유기업이 많지 않은 나라에서는, 민영화 대신 경제 전반에 대한 규제 완화 정책이 실시되었다고 합니다. 경제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미명 아래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2008년 금융 위기 사태로 인해, 실패였음이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일부 금융 전분가들은, 과거 주가자료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고자 노력하고, 이러한 패턴이 가까운 미래에 계속 반복될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것은 마치 동전을 다섯 번 던졌을 때, 모두 앞면이 나왔다고 해서, 여섯 번째 던졌을 때 역시 앞면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합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적절한 금액을 주식에 투자할 것이라는 믿음은, 너무나 이상적입니다. 예를 들어 모멘텀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한번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이후 상당 기간 상승세가 지속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효율시장가설이 성립한다면, 모멘텀 현상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조차 없습니다.

사람들은 남들이 어떤 종목의 주식을 사면 따라서 사고, 그 결과 이 주식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높아진 가격으로 또 삽니다. 반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이 어떤 종목의 주식을 팔면 따라서 팔고, 그 결과 이 주식의 가격이 내리기 시작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낮아진 가격으로 또 팝니다. 이런 군집행동에 따라, 주식 등 금융자산의 가격은 종종 극단적인 수준까지 상승 또는 하락합니다. 이 때 사람들은 일종의 흥분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저는 이 내용을 읽고, 한국에서는 주식이 별로 인기가 없으니, 이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식을 대신하여, 부동산이 인기가 많습니다. 이른바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을 보면, 어떠한 흥분상태에 있는 듯합니다. 내가 원해서, 내가 좋아하는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사는 집이니까 나도 따라해야 한다는 현상이 보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전문경영인을 싫어합니다. 그 대신,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오너, 즉 지배주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제학자들이 보기에, 전문경영인들은 비대하고 방만하게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니, 지배주주를 통해 날렵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스톡옵션을 통한 경영자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그것이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성과 개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스톡옵션의 확대는 단기성과주의를 부추긴다고 합니다. 이윤과 주가 부양을 위해, 미국의 기업에서는 회계부정과 사기가 횡행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2000년대 초의 IT 기업들의 거품붕괴를 일으켰고, 그에 맞서고자 했던 것이 바로 월스트리트 점거시위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미국처럼 주주들의 힘이 아직 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회계부정과 사기가 미국 못지않게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록 미국과 한국의 기업 조직이나 문화가 많이 다를지라도, 어떤 점에서는 아주 비슷한 듯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이익이 발생하였을 때는, 그 이익을 혼자 누리고, 손실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사회에 그것을 떠넘기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IMF 금융 위기 때에도, 몇몇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보조를 얻어 겨우 살아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회복된 이후에, 과연 정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무척 의심됩니다.

이 책을 통해, 경제학이 자연과학처럼 명쾌하게 수식으로 딱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쉬운 대답 easy answer과 명확한 경제학 clean economics를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자들 같습니다. 조금 결과가 불명확해 보이더라도, 사회의 여러 요인들과 국가 간의 차이를 고려하여 분석하는 것이, 경제학의 바른 길 같습니다. 이것이 조금 더러워 보일지라도, 이러한 더러운 경제학 messy economics’야 말로, 경제학의 나아가야할 방향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래도 몇 가지 의문은 남습니다. 첫째, 아이티 기업과 같이 변화가 빠른 사업의 경우, 정부가 나서는 것보다 시장의 역할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에 따르면, 과학기술의 발전도 미국 정부가 나서서 만든 것이 단순 민간 기업에서 만든 것보다 더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과학기술 발전 프로젝트는, 대부분 장기적이고, 국가 간의 경쟁으로 인하여 보안이 철저히 지켜져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부 정책으로 개발된 과학기술의 열매를, 국민들이 체감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문화예술 산업이나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같이,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산업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까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산업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지만, 다른 산업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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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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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과학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 삶에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좋은 책을 써 주신 정재승 교수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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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 - 어떻게 소수의 ‘그들’이 다수의 시민과 노동자를 약탈하는가
홍성준 지음 / 레인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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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해외의 약탈 자본들이 어떻게 한국의 기업들을 사냥하는 지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며 놀란 것이, 생각보다 해외 자본들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이고, 이른바 한국의 재벌들도 이 거대 자본 세력 앞에서는 쩔쩔 맨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비교적 착하고 진보적인 학자/정치인/기업인 조차도, 이 세력들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물론 저자는 해외 자본에 대하여 비판한다고 해서, 무작정 한국 재벌들을 옹호하지는 않습니다. // 이 책을 보며, 한국에 사는 소시민인 저로서는, 이러한 자본들에 대항할 방법도 잘 안 떠오르고, 다가올 미래에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 막막해 지기만 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해외 투기자본이 약탈 대상으로 삼기 좋아하는 대상 중에 '정규직 비율이 높은 회사'라는 것입니다. 정말 위험한 이야기일 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비정규직이 많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해외 자본에게 먹히지 않을 위험을 줄이는, 좋은 방법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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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 한빛비즈 교양툰 한빛비즈 교양툰 1
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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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에서 열심히 읽었던 만화를 다시 책으로 만나니까, 정말 반갑고 좋았습니다. 알기 쉽게 곤충의 역사를 정리했습니다. 페이지마다 가득한 유머는 정말 최고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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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B급 며느리 생활
김진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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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약간 무서웠습니다. 저자가 시댁이나 남편에 대하여 안 좋은 험담을 많이 하지 않을까해서, 책을 펴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제 감정은, 이 책의 저자가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요즘의 젊은 여성들과는 달리, 가정을 꼭 지키고 싶어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신의 단점도 솔직히 다 이야기할 때, 김진영이라는 인간도 완벽한 며느리가 아니고, 그녀 스스로도 자신도 실수하고 무너질 때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는 이런 면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만일 그녀가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시댁과 남편을 나쁘게 이야기하며, 결혼제도에 대해 비판했다면, 그 글의 논리가 아무리 훌륭해도 설득력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그것의 단점을 말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김진영 저자의 자녀가 더 성장하여 중학생, 고등학생이 될 것인데, 그때는 자녀 교육 문제를,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비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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