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카를라 3부작 1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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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부 오너러블 스쿨보이와 스마일리의 사람들도 얼른 출간해주세요. 2006년부터 기다렸는데 목 빠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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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아네스 자우이 감독, 알랭 샤바 외 출연 / 마루엔터테인먼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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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봤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 드디어 디비디가! 대 감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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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로 길러진 아이 - 사랑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희망을 보여 준 아이들
브루스 D. 페리 & 마이아 샬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 민음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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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도 꼼꼼하고, 마음 아픈 이야기임에도 따뜻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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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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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니름이라면 미리니름이 있습니다. 주의.) 

현대사회의 하나의 증상, 고령화 사회에 대한 주제를 나름 흥미진진한 기법으로 진행시켜 간다. 젊을 때 고민해보기 쉽지 않은 '나이먹기'에 대하여 한번쯤 돌아보게 만든다고 할까. 

괜히 반전이랍시고 선전하며 추리소설이라고 도장 찍은 장르의 한계가 외려 소설 읽기를 제한한다. 이는 반전일 수도 없고-왜냐하면 소설이 현실의 반영이라 할때 반전이라 주장하는 요소는 현실세계에서는 아무런 힘도 없는, 그저 활자와 지면만이 제공해줄 수 있는 장난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반전이여서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주인공이 위험한 모험에 뛰어들고, 괜히 마음에 드는 여인앞에서 으시대고, 이런 행동들이 20대 젊은이와 다름없음을 보여주고 싶어한 장치였을 거란 점이 짐작은 되지만... 글쎄 그것을 메인으로 삼은 것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주인공 할배가 20대 치기어린 젊은이면 어떻고 70 넘은 노인이면 어떠한가. 외려 그 사실을 알고 읽을 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60부터, 마음은 청춘, 등등 많은 말들이 있지만 나름 인생의 중반으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거울을 보면 나이가 먹었지만 여전히 미인을 보면 가슴이 뛰고 무엇이든 즐거운 삶을 살고 싶은 것은 나이와 상관없다.  

그것보다는 소설 속의 주인공의 과거에서 나오는 두 명의 자살자 이야기라든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식품 사기판매 행위라든가, 연금 문제등 소소한 듯 하면서도 상당히 중요한 사회 문제가 들어있고, 인생 70에도 미래를 꿈꾸는 열정이 담겨있다. 

다만, 악당(?)과 대결하면서 주고받는 말, 악당이 내뱉는 말은 너무나 깊숙이 작가가 소설 속에 개입해버린 냄새가 물씬 나서 부끄러웠다. 미덥지 않을지 모르지만 작가는 독자를 믿어줄 필요가 있을텐데 말이다. 그리 직선적으로 주제를 말하지 않아도.... 대충 미루어 알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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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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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란 무엇일까.
이것저것 적잖게 읽어댔지만, 가장 쉬운 말로 해보자면 역시 소설은 이야기일게다. 그리고 이야기는 사람을 홀리는 구석이 있다. 우리는 보통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가가 펼쳐놓은 세상 속에 빠져들어,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희노애락을 겪으며 소설 속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이처럼 소설은 작가가 뽑아낸 사건이 시작과 끝이요, 그 사건의 주체로서 활약하는 인물이 그 이야기 속의 가장 중요한 것을 쥐고 있는 주인공이 된다. 현실에서 우리의 삶은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사건들에 의해 묻히고 평범해진다. 그러나 그것이 소설이 된다면 달라진다. 미미한 일상은 특별한 사건이 되고, 평범한 사람 역시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소설 읽기를 즐기는 이유는, 아마도 바로 그 특별함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알랭 드 보통은 소설의 이런 '특별화 전략'을 완전히 뒤집는다.
이야기는 줄거리를 말해보자면 참으로 민망스럽다.
한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파리발 런던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나, 만남을 지속시키며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 속에서 행복해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한때 삶의 일부를 나누다 결국은 헤어지고 홀로 남은 남자는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다,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고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길 작가가 소설로 쓴다면, 남자와 여자는 주인공이 되고, 이들의 연애는 아주 특별한 색채로 빛나는 근사한 로맨스가 되는 법이다.
그런데 알랭 드 보통은, 그렇게 이야기를 구성하지 않는다.
철학을 전공했고, 이 처녀작 이후로 상당히 많은 재미난 에세이를 쓴 작가는 소설이 가진 태생적인 특별화 전략대신 에세이의 보편화/객관화 전략을 끌어온다. 그리고 뻔하디 뻔한 로맨스를 분석하고 일반화시킴으로서 소설속 주인공들의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행동과 말을 분석해 그들의 감정을 보편화시키고 주인공들을 다른 보통 사랑에 빠진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강등시켜버린다.
그것은 목차만 보아도 명확하다.
낭만적 운명론, 이상화, 진정성, 회의주의와 신앙 등, 작가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것에서부터 그들의 만남과 사랑을 특별화시키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와 사고 패턴을 분석하고 보편화시켜 하나의 명제-목차 제목-로 끌어낸다. 그리고 이 방식에서 그는 수많은 서양철학을 레퍼런스로 사용하여 자신의 설득력 있는 해석에 권위마저 부여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계획보다 우연에 의해서 목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실증주의와 합리주의의 정신에 심취한 구애자, 세심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사랑에 빠지는 법칙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믿는 구애자에게는 기운이 빠지는 이야기다. 구애하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덫에 걸 사랑의 고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일을 진행한다. 어떤 웃음, 의견, 포크를 쥐는 방식 같은 것. 그러나 불행하게도, 설사 모든 사람에게 사랑의 고리가 존재한다 해도, 구애의 과정에서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계산이라기 보다는 우연에 의해서이다. 사실 클로이가 어떤 행동을 했기에 내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의 장점에 대해서 그녀가 나와 의견이 같다는 사실만큼이나 그녀가 웨이터에게 버터를 주문하는 모습이 귀엽다는 사실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렇게 소설 속 주인공들과 그들의 찬란한 로맨스를 평범하고 보편적인 하나의 명제로 만듬으로서 자신의 소설 자체를 다른 로맨스 소설들과 차별화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나면 남는 것은 클로이와 나, 혹은 그들의 사랑이 아닌 이렇게 독특하게 사랑 이야기를 쓴 '알랭 드 보통'이다.
참으로 영리한 작법을 사용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만일 거기에서 끝났다면 우리는 이 소설을 이토록 즐겁게 읽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실은, 알랭 드 보통이 자신의 주인공들과 그들의 불멸의 로맨스를 희생함으로서 아이러니하게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 개개의 경험을 투영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위에 적은 인용문을 예를 들면, 보통이 객관화한 저 사실은 클로이와 화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나와 내 연인에게도 해당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쓴 이 즐거운 '사랑에 관한 에세이'를 읽으면서 두 사람의 연애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둘이 어떻게 연애를 하고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지 보다는 각자가 체험했던 연애의 과정들을 되짚으며, 알랭 드 보통이 정의해준 명제에 나의 경험을 비교하고, 상당히 적극적으로 작가의 생각과 나의 것을 상호교환함으로서 생동감 넘치는 독서의 즐거움을 얻게된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소설인가.
단지 읽는 것만으로도 내 이야기가 그 속에서 뽑아져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이것이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가장 매력적이고 근사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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