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빌라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신현숙 옮김 / 책세상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파트릭 모디아노의 팔월의 일요일을 읽다가
중간에 딱 멈추고 맨 뒤의 평을 주루룩 읽었다.
뭐 딱히 재미없어서라기 보다는
원래 책을 읽기 전에 맨 뒤의 역자의 해석이나
전문가의 평을 읽고 읽는 편인데
깜빡하는 바람에... - -;;;;

그런데 평에서 모디아노가 프랑스 티비 독서토론 프로그램에
나온 일화를 소개해주었다.
그걸 보고 "아하!"하며 무릎을 탁 치고 그때부터 모디아노의
글이 훨씬 더 잘 이해되기 시작했다.

모디아노 스타일의 글은
처음에 접했을 때는 정말 한마디로 답답함이었다.
나처럼 잔머리에 능하고 성질이 급한 사람에게
이 사람의 지나칠 정도로 사물에의 집착과
동어 반복은 어눌하게 말하는 사람이
한 말을 자신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또하고 또하는 느낌을 주었다.

언제나 1인칭 화자에
(두 권 밖에 안읽었지만 어쩐지 이사람이 3인칭을 쓴다는 것은 상상이 안된다.)

병적이라 생각될만치 세밀한 거리와 사물에의 묘사
(마치 마음 둘 곳 없는 사람의 안쓰러운 집착처럼 보인다)

그리고 언제나 한정된 공간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는
(대부분 강둑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이다.
초라한 임시 거주지에서의 고독과 결국 사람들의 온기를
찾기 위해 북적이는 대중 속으로 들어가보지만 역시
그곳에서도 느끼는 고독.
언제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변함없는 강둑의 풍경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강물의 흐름과 간혹 나타나는 계절의 변화이다.)

백수(<- 이건 어쩐지 매우 중요해보인다. 위의 행위를 하려면 직장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힘들겠지.)

그런 '나'의 곁에 잠시, 마치 환상처럼 곁에 있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여인...
(일시적 위안, 그리고 젊은 시절의 희망을 상징하는 것일까?
그것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화자가 나이를 먹으며
기성세대가 된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고...
그러므로써 헛된 희망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에게 접근해서 도움을 주려하는
낯선 어른(들)
(--> 이들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여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마 이것은 '나'에게서 희망을 빼앗아가버리는
힘의 역학구도, 기성세대, 안정이라는 이름의 안주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젊은 시절과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무르고 있는
듯한 헛(?)늙은 화자.
(시간이 흘렀지만, 시간의 흐름속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고 기억속의 여인과 그 장소에 머무르고 있는 화자.
어찌보면 모디아노 작품의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이 변한 것처럼, 시간이 흐르고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나 그곳에 있는, 단지 관찰의 시점이 바뀌어
버린 슬픈 자아...)


원래 꿀꿀함은 매우 좋아하지 않지만(싫어하지만)
특히 1인칭 시점의 우울한 감성은 딱 질색임에도
모디아노의 이 우울함(어두움)은 매우 깊은 동정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병신같은 인간이라고 무시하게되는 게 아니라 쯧쯧쯧 혀를 차게 된다).
그리고 어눌하게 반복되는 화자(망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를 사로잡는 시간대와 장소, 그리고 소소한 추억의 사물들이 읽는 이의 머리속에 각인되어 굉장히 이미지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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