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아이즈
젠더문학닷컴 작가들 엮음 / 해울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20세기 최고의 화두가 성이라면, 성에 대한 담론은 솔직히 좀 케케묵은 주제로도 보인다.

그러나, 21세기의 화두가 무엇이 될까.... 생각해보면다면, 다양성이라는 것으로 흘러가는 듯 하다. 그러면... 다양한 성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 새로워보인다.

정말 다양한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피곤하기까지 하다. 평범한 우리같은 사람들은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세상에서 다양한 가치관과 다양한 선택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소설은 여러 작가들의 단편이 모인 단편집이다. 그러다보니 이야기의 다양함도... 가히 21세기적이다. 한 작가의 단편집은 계속 나오는데, 언제부턴가 음반의 컴필앨범 같은 단편소설집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아마도 안 팔리니 그렇겠지만.). 그래서인지 이런 참으로 순수하기까지 한 단편집이 대견해보이기도 하고 측은해 보이기도 하다. 잠깐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양한 성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시선이 참으로 신선했다.

초등학교 여자애(어찌보면 남성적 젠더를 가진 투쟁적인 여성상이라는 면에서 사회가 권하는 여성적 여성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가 바라보는 트랜스젠더 아빠에 대한 이야기, 서양 혹은 기독교적 문명 사회에서 온 게이(요한이라는 이름에서 한국인으로 봐야할지, 서양인으로 봐야할 지 좀 혼동되었지만 서양문물에 젖어있기는 양쪽다 마찬가지가 아닐지)가 바라보는 이슬람 사회의 게이, 기성세대(바이라고 해야할까? 아님 동성애의 경험이 있는 스트레이트라고 해야할까)가 바라보는 요즘 애들(팬픽이반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탈선의 방식에 동성애적 성향이 들어간)에 대한 시선, 인간의 눈이 아닌 정령의 눈으로 따스하게 바라보는 외로운 독신 게이를 향한 시선, 그리고 야오이를 통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이 한 바구니에 가득한 시선의 종합선물셋트, 마지막으로 우리 주변의 게이, 레즈비언과 함께 어울리며, 그냥 일반적인 여자임에도 그들 속에서 더욱 편안함을 느끼며 그들 주위를 맴도는 여대생의 시선이 참으로 알차게 녹아나 있다.

뭐랄까, 게이문학, 동성애 문학하면 떠오르는, 그들만의 공고한 세계에 대한 침잠이나 상당히 개인적으로 혹은 사변적으로 흘러버리는 독백적 사유가 가득한 소설이 아닌, 뭐랄까 그들의 세계와 그들이 속해 살고 있는 평범한 우리 같은 사람들의 세계가 만나는 그런 느낌이랄까.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말을 걸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며 소통하고 싶다는, 함께 더불어 살고 싶다는 그런 바램 말이다.

너무나 다양한 가치관과 선택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그저 자연스럽게, 삶 안에 존재하고 녹아나 있다는 깨달음을 자연스럽게 전달해주어, 읽으면서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아서 좋았다.

참여한 작가진 역시 동성애자 뿐 아니라 이성애자들도 있다고 하니... 어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세상이 그리 멀진 않구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