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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의 네딸들 1
신일숙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5년 6월
평점 :
절판
A4를 다시 읽었습니다. 신일숙님의 다른 작품들도 제법 읽었지만, 역시 최고작은 A4인 듯 싶습니다(카르마라던가 1999년생도 좋았지만요!). 이 만화를 처음 봤을 당시 한참 사랑에 관심이 많을 사춘기여서인지 소위 말하는 운명의 상대라는 말에 친구들과 함께 완전히 매료되었죠. 심지어 제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제가 현재의 남편을 만났을 때 보낸 편지에서 조차 '네 운명의 상대는 어쩌구 저쩌구..'라는 말을 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사랑에 목을 매는 와스디나 헌신적인 아스파샤, 권력형인 레 마누, 전사인 레 샤르휘나 모두 자신의 선택을 뚜렷하게 밀고 나간다는 면에서 다들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특히 주인공인 샤르휘나는 진취적이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여전사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었죠. 에일레스와의 관계 역시 일방적이거나 끌려다니는 모습 없이 두 사람이 똑바로 서서 대등하게 바라보는 모습에 더욱 매료되었다고나 할까요.
작가는 모계중심의 아르미안이라는 가상세계를 내세워 부계중심의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써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 나이에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하기에는 버거운 시절,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진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에서, 여성이 왕이며 여성에 의해 모든 것이 지배되고 결정되어지는 사회를 보는 것으로 수동적이나마 대리만족을 할 수 있기도 했구요.
아마 제 나이 또래의 많은 사람들은 A4의 영향을 톡톡히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비록 좀 오래된 만화로 초반부의 그림체에 익숙치 않을 수 있지만, 아마 서너권만 읽어도 푸욱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강력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