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라는 장르에 걸맞게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인 뱀파이어와 강인하고 아름다운 여형사의 모습을 그림으로나 글로나 아주 잘 묘사했다. 유럽 예술만화라는 장르로 소개되었던 다른 만화들도 보았지만 라파스 만큼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없었다. 우리나라나 일본 만화체의 그림에 익숙한 우리로썬 유럽만화가 주는 리얼함이 처음엔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완전히 다른 문화 감각에서 오는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라파스는 그동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화나 영화의 소재로 이용되어왔던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다룸으로써 그 어둡고 유혹적인 매력에 빠지게 만든다. 잔혹한 비린내에 고개를 돌리면서도 핏빛 가득한 숙명적인 슬픔에 매혹되어 불나방처럼 조금씩 두려움을 숨기며 다가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