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둠의 왼손 ㅣ 그리폰 북스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서정록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슐러 르 귄의 매력은 그의 완벽하리 만큼 치밀한 상상력, 그리고 지루하리만큼 꼼꼼하고 차분하게 전개해가는 끈기있는 필력에 있지 않을까 싶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어둠의 왼손' 역시 한 세계에 들어오게 된 이방인이 그 세계를 알게되고, 그 세계에 속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리고 서로의 소통을 통해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마 그녀의 치밀한 상상력을 통해 탄생된 새로운 세계를 독자들에게 충분히 보여주기 위해 이런 구도를 선택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처음 그의 작품을 읽게되면 초반의 은근한 지루함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읽다보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그의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환경, 삶의 형태, 언어, 정치, 역사, 심지어 신화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그가 만든 세계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그 글을 쓴 그녀나 책을 읽는 우리나 제정신이 아닌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게센의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 겐리 아이가 모으는 게센의 신화들이다. 상징과 은유로 점철된 신화를 읽다보면 그 이야기가 말하는 모든 가능성과 의미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깊이 빠져들게 된다. 혹시 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하다 도저히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중간 중간에 삽입된 이 게센의 신화에 먼저 집중해 볼 것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