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은 감상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수십년동안 계속해서 수정되고 개정되고 증보된 이 책 자체도 하나의 역사를 자랑한다. 한 작품 한 작품 최대한 객관적으로 선정하려고 애쓰고 양질의 도판을 제공한 작가와 출판사의 전문가적 노력도 상당하지만, 서양미술사에 관심을 가지고 수줍게 한발을 내딛은 아직은 미숙한 독자들을 위한 진정한 마음을 담은 곰브리치의 상냥한 안내가 더욱 감동적인 책이다. 글의 첫머리부터(이 첫머리를 시작하기 위해 곰브리치가 얼마나 고민을 하였을 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책으로 빨려들어가 하나 하나 깨닫고 음미하고 느끼면서 즐기는 지적 유희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환희였다. 저자의 섬세하고 다정한 안내에 따라 고대 미술에서부터 시간의 흐르에 따라 차근 차근 다양한 미술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보다보면 책의 중반에 이르러서는 어느새 확 달라져 있는 자신의 안목에 보다 놀라게되고 작품을 보는 눈이 길러져있음에 감동하게 된다.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도 언급했지만 서양미술사에 영향을 미친 중국이나 일본의 미술에 대해서도 간략하나마 소개가 되어있지만 우리나라의 미술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문화가 서양에 알려진 것이 없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못내 서운함을 감출 수 없다.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문화적 교양서에 목마른 사람들, 공부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