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바흐 : 호프만 이야기
TDK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오펜바흐 : 호프만 이야기 | 원제 Offenvach : Les Contes d´Hoffmann
Bryn Terfel | TDK

Disc - 2 장
상영시간 - 173분
자막 -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화면비율 - 16:9
오디오 - DTS & DD 5.1 & PCM Stereo, NTSC
지역코드 - 0


유럽 오페라 연출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로버트 카르센의 경이로운 무대를 담은 바스티유 극장의 2002년 10월 실황에는 쓰리 테너급의 명가수로 인정받는 실력파 닐 쉬코프(호프만)를 비롯하여 데지레 랑카토레(올랭피아), 루스 앤 스웬슨(안토니아), 베아트리스 우리아-몽종(줄리에타), 수잔 멘처(뮤즈, 니클라우스) 등 세계적 가수들이 상대역으로 출연한다. 여기에 브린 터펠까지 악마 역으로 가세했다. 특히 프랑스가 자랑하는 메조소프라노 베아트리스 우리아-몽종의 고혹적 카리스마와 대담한 연기를 만끽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영상물이다.

오페라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좀 애매하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것과 오페라를 좋아하는 것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 챙겨서 보느냐고 묻는다면, 챙겨서 보고 싶긴 한데, 까다롭다 축에 들어간다. 다른 클래식 카데고리에 비해 오페라에 대해서는 많이 까다롭게 된다.
가창력은 필수에 무대, 연기, 의상 등 클래식의 종합예술인지라 전체적인 완성도에 따라서 이게 참 오페라를 좋아할 수도 있고, 지겹게 느낄 수도 있다. 특히, 프리마돈나 하나 정도 대표하는 가수만 있는 경우... 굉장히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오페라의 질은, 정말 그 오페라단의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물론 주인공인 소프라노와 테너의 유명세(가창력)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떠받쳐주는 나머지 가수들의 실력도 무지하게 중요하고 현대에 와서는 연출가의 능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솔직히 고백컨대, 그래서 난 (스스로도 매우 재수없다는 것을 알지만) 국내 오페라단의 공연은 보러 가지 않는다ㅠㅜ(이따금 실력 체크를 위해 몇 년에 한번씩은 가지만... 늘 만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게 어찌 오페라단에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역사와 그 문화를 향유하는 관객의 스펙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 꼭 오페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공연문화 전반에 걸쳐 길게 내다보는 안목이 깊지 못함은 참으로 아쉽고 아쉽다.) 대신 이탈리아, 프랑스 오페라단의 내한 공연의 경우, 거금을 주고라도 반드시 가는 편이고, 후우, 공연 다녀온 후에도 정말 그 비싼 표 값이 아깝다는 생각을 안하니, 오페라의 경우 만큼은 어쩔 수 없이 사대주의다. ㅠㅜ
하지만 내한 공연은 자주 없고(오페라는 무대장치만 해도 돈이 많이 들어서 그런 듯) 돈도 돈이고;;; 그래서 오페라의 경우는 DVD를 많이 즐기는 편이다. 특히 TDK사에서 출시하는 오페라는 정말 훌륭하다.

'호프만의 이야기'도 여러 레이블에서 나왔는데 고민하다 TDK를 선택, 정말 재밌게 봤다. ㅠㅜ
위의 선전이 아니더라도, 호프만 역의 닐 쉬코프의 가창력과 연기력은 정말 환상적이었고, 호프만을 끝없이 괴롭히는 브린 터펠의 그 섬세한 연기와 바닥을 쫙 까는 근사한 바리톤은... 찌릿찌릿. 뮤즈와 니클라우스를 연기한 수잔 멘처의 메조는 우아하면서도 엄격한 게 상당한 호소력을 자랑했다. 공연 후반부 줄리에타 역인 우리아-몽종의 열연은 세포까지 건드리는 짜릿함과 매혹으로 가득해서... 후우 노래 하나가 끝날 때마다 막 혼자 박수치고 열광했다. 그래서 그 유명한 줄리에타와 니클라우스의 이중창(보통 호프만의 뱃노래라고 일컫는)은...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만족감을 주었다.
이렇게 가수들 하나하나의 능력도 좋았지만,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 그리고 현대적이면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는 무대는 두 시간이 넘는 공연에 그대로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음악에 취하고 이야기에 빠져서 정말 제대로 즐겼다. 완성도에 어찌나 감탄했는지 1부를 보고 나서 나도 모르게 누가 연출했나 체크까지 들어갔다.(로버트 카르센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요즘 유럽 오페라 연출에서 뜨는 태양이란다;;)

하나 재밌는 것은, 오펜바흐의 '호프만 이야기'는 갈라로도, 공연으로도 종종 즐기던 작품이었는데 정작 원작에 대해서는 궁금하지도 않았고 알 생각도 안했다는 점. 그런데 공연실황 디비디를 다 보고 나서 한 번 더 보고 서울로 돌아올 때 펴든 책이 독일작가 E.T.A.호프만의 '모래 사나이'. 읽다가 '에에? 어째 호프만 이야기랑 비슷하잖아?'는 생각이 들어 찾아봤더니 오펜바흐의 이 오페라, 좋아하는 발레작품 '코펠리아'의 원작이 바로 '모래사나이'란다;;; 참내 인연이 보통은 아닌게, 오페라를 다 보고 난 후에 펴든 책이 그 원작이라니. 때로는 이런 기막힌 우연이 취미생활을 더욱 발랄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작가 호프만은 독일에서는 그닥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오히려 프랑스에게 인기를 끌었단다. 하하, 그러니 고민하다 파리 국립 오페라단 작품을 택한 것도, 우연이지만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던 듯. 재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