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는 읽어야 할 텍스트의 양이 부쩍 늘었다.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양이지만, 깊이 읽기 위해서 관련 서적과 논문을 찾아보느라고 거의 자유시간이 없다. 하지만 텍스트를 읽는 것도 맘처럼 되는 게 아니어서 속상한 게 사실이다. 이 정도밖에 못 했단 말이야? 이런 생각만 주구장창.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만 늘고 정작 하는 건 없고. 그런 답답함 덕분에 벚꽃을 봐도 안 예뻐! 


      그래도 참 요상하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 모르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환희. 곧바로 연계돼 촉발하는 호기심과 상상. 그런 자극들 덕분에 조금은 살만 한 것 같으니까. 다만, 함께 이 마음을 나눌 친구가 가까운 곳에 없다는 게 날 외롭게 만든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싶다. 네 말이 틀렸어, 이 이론에 따르면 어쩌구 저쩌구 - 하는 공격적인 대립은 지겹다. (토론 수업이 많아지니 조금 지친다!)


       요즘엔 봄과 함께 동행하지 못하고, 뒤늦게 봄의 발자국을 밟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간다. 김목인의 앨범을 들으면서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관찰자'의 시선을 가진 존재들이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절대 침범할 수 없는 굳건한 내면을 가진 사람들. 화사한 봄 원피스를 입지 않으면 좀 어떠나. 나는 그들을 '작은 거인'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러니까 낡은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를 쓰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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