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를 반쯤 읽다가 더 이상 흥미가 안 생겨 반납했다. 예전부터 읽으려고 했었던 책 리스트 중에서 첫 번째로 읽게 된 소설은 로맹가리의 <그로칼랭>이다. 분량도 얼마 안 되고 내용도 흥미로워서 금방 읽을 것 같다. 느슨하고 경쾌하게 서술돼 안심하다가 총소리를 들은 것처럼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로칼랭>은 다 읽으면 꼭 나름 서평을 적어보도록 하겠음) 영화 <원데이>를 보았다. 영화는 사전 정보 없이 보자는 게 내 나름의 규칙이다. 감정이입되기를 즐기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놓치는 것도 많지만ㅡ 내 생각은 영화가 좋으면 두 번 보면 되고, 두 번 볼 때는 싫어도 분석하는 시선으로 보게 된다는 거다. 원데이도 그렇게 봤다. (머리 나쁜 나는 그제야 20년간 단 하루씩 허락된 사랑이라는 카피를 이해할 수 있었음. 혼자 감탄..) 영화를 보는 내내 '이렇게 흐르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한 부분이 꽤 많았는데, 그때마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돼서 그게 참 좋았다. 그러니까 빤한 영화는 아니었다.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주는 영화도 아니었고, 그렇다고해서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철저하게 배반하는 영화도 아니었다. 어쩌면 그 사실이 영화를 현실적으로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좋았던 것은, 사랑을 주제로 두 사람의 인생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거다. 엠마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놓을 수 없고 사랑하지 않은 남자랑 허름한 아파트에서 동거를 한다. 덱스터는 TV쇼 사회자로 잘 나가지만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멀어진다. 한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도 낳지만 결국엔 이혼한다. 두 사람의 인생은 그 이후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지만, 엠마는 결국 교통사고로 죽게 되고 덱스터는 혼자 남게 된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인생에서 사랑은 어쩌면 사소한 에피소드에 불과할 테지만 에피소드는 늘 얼굴을 바꾸고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드는 법이니까. 에피소드에 불과한 사건이 삶에 침투해 중대한 사건으로 바뀌는 그 경계가 궁금해졌다. 누군들 쉽게 눈치챌 수 있을까.

 

 

내일은 보통 날보다 조금 더 바쁠 것 같다. 다음주부터는 구상해 논 글을 써야한다. 우선 자료를 모아야 하는데 잘 할 수 있겠지. 걱정 반 기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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