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철학에세이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 지훈 / 2005년 10월
품절


어떤 새로운 견해를 접한 후 그 견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음에도 그 견해를 부정하거나 기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주 당연한 반응이다. 왜냐하면 모든 새롭게 발견된 견해는 과거부터 지니고 있던 우리의 완성된 사고체계를 위협하는 적이고, 과거의 사고체계를 통해 어느 정도 안정된 정신을 함부로 교란시키며, 우리에게 새로운 노력과 과거의 견해가 무익한 것이라고 인정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172쪽

인간 내면에 숨겨진 오류에 대한 확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몰입된 채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현상은 집단에서 더욱 뚜렷이 관찰된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오랫동안 새롭게 발견한 진리를 습득하거나 반복해도 지난날의 오류와 결별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므로 오류 중에도 일반화된 오류는 진리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신임을 받고, 또 그들에게 만족을 베푸는 경우가 있다. -173쪽

<쇼펜하우어가 생각하는 반복과 일상화를 통해 일반적 사실로 둔갑한 오류>
- 자살은 비굴한 행위이다.
- 타인을 불신하는 이유는 자신이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성공한 사람과 재능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겸손하다.
- 미친 사람은 불행하다.
- 철학을 배우지 말고,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반대가 참이다.)
- 훌륭한 희극보다 훌륭한 비극을 쓰는 것이 더 쉽다.
- 로드 베이컨의 주장에 따르면, 몇몇 철학은 신에게서 멀어지고 있으며, 그 나머지 철학들은 신에게 회귀하고 있단다. 과연 그럴까? 좀 제대로 알아보시지! (모든 학문의 증대에 관한 논리적 연구, 5장 5절)
- 아는 것이 힘이다, 그렇다면 악마에 대해 아는 것도 힘이란 말인가.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많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힘도 가질 수 없는 경우가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지식이라곤 손톱만큼도 갖추지 못했지만 나라에 운명을 한 손에 움켜쥐는 권력을 행사하기도 한다.-173쪽

그러므로 우리는 결국 헤로도토스*의 입장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이다."
어떤 사람이 타인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든지, 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인들이 자신의 비밀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숨긴다는 이유만으로 지식이 타인을 이길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아는 것이 힘이다"는 명제 또한 옳은 명제라고 정의 할 수 없다.
이 같은 오류가 계속적으로 생성되고 지속될 수 잇는 까닭은 이런 오류들을 모방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지 이런 오류들이 자신의 사고체계를 통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판단되었다는 그 한가지 이유만으로 그 오류를 되풀이한다.-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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