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 페미니스트의 일곱 가지 구호 지식만화도서관 시리즈 1
안-샤를로트 위송 지음, 토마 마티외 그림, 김미정 옮김 / 이숲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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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페미니즘 입문서 <페미니즘 - 페미니스트의 일곱 가지 구호>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어릴 때 정치시간에 참정권의 역사를 배우면 [부르주아 참정권 획득 ➡️ 흑인 참정권 획득 ➡️ 여성 참정권 획득] 이런 연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연표가 실은 [부르주아 (남성) 참정권 획득 ➡️ 흑인 (남성) 참정권 획득 ➡️ 여성 참정권 획득]인 것을 안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큰 틀에서 페미니즘에 지지하는 남성입니다. 사회에는 학벌, 인종, 계급, 계층, 성별, 지역 등의 다양한 균열구조가 존재하고, 저는 이런 다양한 균열구조 속에 다른 균열구조와 함께 성별 역시 유효한 균열구조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물론 페미니즘 사상 자체가 무오한 사상이 아니기도 하고, 갈래도 정의도 다양하지만 큰 틀에서 여성의 권익 상승과 가부장제의 균열을 일으키는 일련의 운동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이 책 안-샤를로트 위송(여성학 박사 과정)이 쓰고 토마 마티에가 그린 <페미니즘 - 페미니스트의 일곱 가지 구호>는 페미니즘에 관해 좋은 입문서입니다. 이 책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7가지 구호,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연단에 오를 권리도 있어야 한다",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백인 여성들이여 들어라", "우리의 욕망은 혼란이다", "페미니즘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지만 남성우월주의는 매일 사람을 죽이고 있다", "내게 자유를 줄 필요없다, 내가 스스로 자유로워 질 테니까"를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갑니다.

이 책은 그래픽 노블이지만, 페미니즘의 역사적 전개과정과 상호교차성, 블랙 페미니즘, 퀴어 등의 현재적 주제, 쟁점들을 매우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적재적소에 적절히 학자들과 그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학적인 정확성과 담론의 풍성함을 갖추고 심화적인 이해를 돕기도 합니다. 여러 페미니즘 서적 중에서도 입문서로서 분명 훌륭한 책 같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분명 페미니즘이 무오한 이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저에 있는 갈등주의/기능주의적 관점, 실재론/구성주의 등의 선택과 난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이를 감안하더라도 다른 관점을 생각해보고, 이를 통해 타인을 공감하고, 대화하고 인식을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페미니즘에 관한 좋은 입문서, 개론서, 그리고 고전들, 이른바 대가들이 쓴 책들을 소개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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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사회학 - 콩트에서 푸코까지, 정말 알고 싶은 사회학 이야기
랠프 페브르 외 지음, 이가람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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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입문서, <스무 살의 사회학>

사회학은 무슨 학문일까요? 이 책 <스무 살의 사회학>은 그런 질문에 해답을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독특하게 소설입니다. 사회학과에 입학한 스무 살 밀라가 가족들에게 사회학은 무슨 학문인지, 친구들에게 가족과의 갈등, 연애, 친구관계, 사회 현상을 사회학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루는 주제로는 '사회학은 무엇이고, 무엇을 다루는가', '사회학은 어떤 과학인가' 같은 사회학 자체의 질문부터 사회이론가들의 이론을 하나 하나 현실에 적용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회이론 개론서에 가까운데, 이 책에서 다루는 이론가들은 정말 중요한 이론가들인데도 국내에 번역이 되어있지 않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론가들이기도 합니다. 사회학은 어떤 학문이고, 사회이론가들은 사회를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쉽게 이해하고 싶은신, 초심자들께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 책을 집필한 사회학자들이 영국학자들이다보니 영미전통 답게 푸코, 버틀러같은 이론가들도 사회학자로 포괄하면서도 독일전통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몇몇 이론가에 관한 해석은 아쉽기도 했습니다.

또 사회이론과 사회학이론의 구분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이론에 맞춰서 있다보니, 계량이나 질적연구를 포함한 경험적인 연구를 잘 다루고 있지 못하는 아쉬움도 존재합니다. 그래도 역시 가볍게, 그리고 초심자가 사회학을 접하기에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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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반역인가 - 우리 번역 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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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번역 보고서, <번역은 반역인가>

서양사학자이자 존 밀턴, 토마스 칼라일 같은 사상가들의 고전을 번역해오신 박상익 교수님이 한국 번역문화에 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간한 책이 바로 <번역은 반역인가> 입니다.

이 책은 1장 번역의 역사, 2장 슬픈 모국어, 3장 번역의 실제, 4장 책의 세계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장에서 박상익 교수님은 중국, 일본, 이슬람, 서유럽이 어떻게 번역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켰는지를 상세하게 밝혀 나가고, 다음 2장 슬픈 모국어는 한국의 번역 현실에 관한 보고이며 성찰인데 1장에 나온 번역의 모범사례에 비해 한국 번역의 현실은 매우 안타깝고, 민망한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각주, 해제가 풍성히 담긴 연구번역을 진행한 저자가 번역의 과정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번역자의 조건과 환경, 오역과 편집자와의 관계들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4장에서는 독서문화와 또 책의 미래, 그리고 한국의 독서, 번역문화에 관한 저자의 주장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근대 일본의 번역사입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은 번역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을 설치해 번역을 진행하고 서구의 지적유산을 모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일본이 100년 전에 쌓아올린 번역의 성과를 한국은 아직도 못 따라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민족주의자들은 반일 뿐, 일본을 극복한다는 의미의 극일을 하자는 생각은 못하는 것입니다.

일례로 번역 문제는 지식의 민주주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 공화국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국의 개인들이 민주주의의 기원이 됐던 사상들과, 현대 민주주의 담론에 대해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의 기원이 되는 고전들은 번역되지 않았고, 현대 담론들 역시 그렇습니다. 개인 스스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기는 요원한 구조가 된 것입니다.

이 책은 2006년 출간되었는데, 여전히 한국의 현실은 요원합니다. 저자 박상익 교수님은 번역에 관한 문제의식을 꾸준히 이어오셨고, 작년 <번역청을 설립하라 - 한 인문학자의 역사적 알리바이> 출간과 번역청 설립 국민청원을 통해 여러 운동도 하셨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번역사업의 진전은 미미합니다.

저는 문제의식에 초점을 두고 글을 썼지만, 이 책은 번역에 관한 역사와, 실제부터 번역에 관한 문제의식, 중요성, 그리고 현실과 대안까지 다루는 한국 번역 보고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서문화에 관심있는 분들의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출간된 <번역청을 설립하라> 또한 이후에 포스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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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어진 기억 - 알츠하이머와 엄마 그리고 나
사라 레빗 지음, 알리사 김 옮김 / 우리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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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알츠하이머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끝났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그래픽노블 <엉클어진 기억>은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사라 레빗이 겪은 자전적 고백으로서 엄마의 알츠하이머 판정 이후 일어난 일들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작가는 정말 그 상황들을 가감없이 그려내고 있는데, 그래서 더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책입니다. 이런 내용과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드라마 <눈이 부시게>와 함께 이 그래픽 노블 <엉클어진 기억>을 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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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지배 동문선 현대신서 67
피에르 부르디외 지음, 김용숙 옮김 / 동문선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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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 질서 자체가 이미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정당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다시 말해서 남성 중심적 관점은 마치 중립적인 것처럼 강요됨으로써 그것을 합법화시킬 목적으로 담화 안에서 재차 서술될 필요가 없다. 사회적 질서는 그 토대가 되는 남성 지배를 시인하려 드는 거대한 상징적 기계처럼 작용한다. 즉 노동에 대한 성적인 구분이 그러하며, 각 성에 주어진 활동과 장소, 시기 도구들에 대한 엄격한 분배가 그러하다."

Pierre Bourdieu, 『남성지배』 19p.

피에르 부르디외의 가부장제 연구, <남성지배>

제가 지속적으로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를 소개해 드리곤 했습니다. 부르디외는 철학도로 학문을 시작해서, 인류학을 거쳐 사회학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인류학의 성과들 때문입니다. 언젠가 소개해드릴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의 <세 부족 사회에서의 성과 기질> 같은 인류학 작업들은 다양한 부족 사회에서의 성적 차이들을 연구하면서 우리가 '여성적인 것', '남성적인 것'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이 초역사적이고,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부르디외 역시 북아프리카 카빌리족을 연구해서 이론을 구축했는데 그것을 기반으로 남성지배라는 책을 저술합니다. 부르디외는 인류학 연구에 자신의 이론인 하비투스, 고대로부터 구축된 여/남성적인 것이 신체에 각인되고, 자연화됩니다. 부르디외는 이것들을 탈역사화하고 구조를 변동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부르디외의 이론틀은 <젠더 트러블>로 유명한 주디스 버틀러도 중요하게 다루지요. 이 책은 '대가'랄 수 있는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젠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으로, 부르디외의 관점으로 해석된 젠더 연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몇몇 번역어들이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게 번역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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