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반역인가 - 우리 번역 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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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총체적 번역 보고서, <번역은 반역인가>

서양사학자이자 존 밀턴, 토마스 칼라일 같은 사상가들의 고전을 번역해오신 박상익 교수님이 한국 번역문화에 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간한 책이 바로 <번역은 반역인가> 입니다.

이 책은 1장 번역의 역사, 2장 슬픈 모국어, 3장 번역의 실제, 4장 책의 세계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장에서 박상익 교수님은 중국, 일본, 이슬람, 서유럽이 어떻게 번역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켰는지를 상세하게 밝혀 나가고, 다음 2장 슬픈 모국어는 한국의 번역 현실에 관한 보고이며 성찰인데 1장에 나온 번역의 모범사례에 비해 한국 번역의 현실은 매우 안타깝고, 민망한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각주, 해제가 풍성히 담긴 연구번역을 진행한 저자가 번역의 과정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번역자의 조건과 환경, 오역과 편집자와의 관계들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4장에서는 독서문화와 또 책의 미래, 그리고 한국의 독서, 번역문화에 관한 저자의 주장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근대 일본의 번역사입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은 번역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을 설치해 번역을 진행하고 서구의 지적유산을 모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일본이 100년 전에 쌓아올린 번역의 성과를 한국은 아직도 못 따라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민족주의자들은 반일 뿐, 일본을 극복한다는 의미의 극일을 하자는 생각은 못하는 것입니다.

일례로 번역 문제는 지식의 민주주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 공화국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국의 개인들이 민주주의의 기원이 됐던 사상들과, 현대 민주주의 담론에 대해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의 기원이 되는 고전들은 번역되지 않았고, 현대 담론들 역시 그렇습니다. 개인 스스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기는 요원한 구조가 된 것입니다.

이 책은 2006년 출간되었는데, 여전히 한국의 현실은 요원합니다. 저자 박상익 교수님은 번역에 관한 문제의식을 꾸준히 이어오셨고, 작년 <번역청을 설립하라 - 한 인문학자의 역사적 알리바이> 출간과 번역청 설립 국민청원을 통해 여러 운동도 하셨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번역사업의 진전은 미미합니다.

저는 문제의식에 초점을 두고 글을 썼지만, 이 책은 번역에 관한 역사와, 실제부터 번역에 관한 문제의식, 중요성, 그리고 현실과 대안까지 다루는 한국 번역 보고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서문화에 관심있는 분들의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출간된 <번역청을 설립하라> 또한 이후에 포스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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