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학상 제도를 비판한다"
[연합뉴스 2004-04-02 09:50:00]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작가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들이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반년간지 「작가와 비평」(화남 刊) 창간호는 '문학상 제도의 빛과 그늘'이라는 특집을 통해 국내 주요 문학상들이 출판 상업주의, 패거리주의, 문인들의 보신주의, 언론과의 유착 등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학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이들은 최강민(38), 하상일(34), 고봉준(34), 정혜경(39), 이경수(36), 고명철(34) 등 여섯 명의 소장 평론가들이다.

최강민은 '노년의 현대문학상, 사망과 회춘의 기로에서'라는 글에서 "「현대문학」은 1955년 제정 당시 등단 2-3년 신인들의 창작의욕을 고무하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현대신인문학상'을 1980년대 들어 중견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현대문학상'으로 바꿨다"면서 "이는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문인들에게 또다시 상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급 자족적 봉건영토를 계속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상일은 '문언유착과 문학권력의 제도화'라는 글에서 "조선일보의 동인문학상이 신문매체의 영향력과 최고 액수의 상금을 통해 문단을 지배하여 문화담론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고봉준은 '시장과 우상-이상문학상을 비판한다'에서 「문학사상」이 제정한 이상문학상의 비합리적 심사과정과 상업주의, 서울대 중심주의 등을 비판했다.

그는 "문예지를 발간하는 출판사들이 문학상 제도를 통해 문학적 권력을 강화.유지하는 한편, 문학상을 수여하는 대가로 스타 작가들에게 암묵적 계약을 강요해 왔다"고 비판했다.

정혜경은 민음사가 1976년 「세계의 문학」을 창간하면서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에 대해 "신작을 수상작으로 선정하고 해당 문학잡지에 전재 혹은 분재하지 않고 즉시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방식은 출판사의 판매 전략과 관계된다"면서 상의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경수는 '시 문학상이라는 제도의 안과 밖'이라는 글에서 국내 대표적 시 문학상인 김수영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이 '김수영적인 것' 또는 '소월적인 것'이라는 심사규정을 통해 시의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고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고명철은 '추문과 풍문으로 얼룩진 비평상'에서 "팔봉비평문학상과 소천비평문학상은 '친일문학인'의 이름을 내걸었고, 「문학사상」이 시상하는 김환태평론문학상은 출판자본의 영향력에 예속돼 있으며, 부산 지역에 연고를 둔 고석규비평문학상은 중심부(서울)의 타락에 물들지 않은 창조적이고 진취적 면모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젊은평론가상은 상의 성격이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작가와 비평」은 이번 특집을 통해 "영상매체의 확대와 자본주의 논리의 거대화 속에 점점 위축되는 문학을 부활시키려면 문학상 심사과정이 좀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410쪽. 1만원.

ckchung@yna.co.kr



@@ 출판뿐만 아니라 뭐든지 권력화 되면 그에 따른 문제점이 많은 것 같아요. 적절한 비판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평론가들의 발언은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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