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 vinci Code (Mass Market Paperback, Original Edition)
댄 브라운 지음 / Bantam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다빈치 코드에 대한 사람들의 대강의 입장은 대게 4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1. 재미있다.

2. 베스트 셀러답다.

3. 기존의 정서와 관념에 '새로움'과 '파격'을 준다.

4. 결론은 허무하다.

그리고 평범한 독자인 한 사람들으로서, 나 역시 저 4가지 정도의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The Da Vinci Code paperbook을  읽던 일주일여 동안의 밤마다 다음날의 일정을 생각해서 일찍 잠들어야만 한다는 '현실'을 괴로워하며 말이다.

나 역시 읽는 동안, 즐겁고, 재미나고, 다음 스토리가 궁금하고, 그 무엇보다도 '결론'이 궁금하여,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타의 수많은 베스트셀러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싶은 궁금함 보다도, 너무나도 '현실성'을 가지고 있는 다빈치 코드였기에, '픽션과 현실'이 결합된 이 소설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 결론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궁금함이 더 컸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에 찾아온 결말. 그 어떤 세상의 변화도 가지고 오지 않는 결말. 결국 소설은 소설로 끝날 뿐인가. Sophi와 Robert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그리고 수백 수천의 역사의 기간동안 그토록 보호되고 숨겨져 왔던 비밀과 Grail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결론을 보았을 때, 이미 조금이나마 예상되었던 결론.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얘기하던 '너도 아마 느끼게 될 거야' 라던 그 '허무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 보상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다빈치 코드가 보여주는 그 파격은 곧 '여성의 자리 또는 지위 회복'이 아니었을까?

남성중심의 역사 HI-story는 남성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들었다라는 대목과 이브가 사과나무의 사과를 따먹은 순간 세상의 고통을 맛보게 되었다는 성경의 이야기와 함께 역사 서술에 있어 여성의 Her-story를 삭제해 버린 사실을 과감하게 서술한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에 숨겨진 코드인 Amon+Lisa 즉 남성성과 여성성의 동시적 존재와 결합을 보여주며, 또한 '최후의 만찬'에 등장하는 Mary Madalene의 모습을 서술한다.

그리고 진실은 '현재'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평등성'과 모두가 함께 이루어 나가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설사, 다빈치 코드가 너무나도 허무해 보이는 듯한,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고, 혼자 열은 냈다가 혼자 열을 식히는 듯한 외적인 결말을 보여주었다 하더라도,

그 '내면'에는 '우리의 변화된 인식'과 깨달음이 있는 것이다.

마치 '은하철도 999'에서 철이가 그 수많은 우주여행과 사건들을 겪고 난 후 지구에 돌아 온 순간, 철이는 눈을 뜨고 그것이 하룻밤의 '꿈'이었음을 자각했을 때, '철이'와 '철이의 모험'을 보았던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단순한 허무함이 아닌 것과 같다. 그것이 한낱 꿈이었을 지라도, 철이와 우리의 내면은 그 수많은 꿈속에서의 경험을 통해, 한 층 성숙된 소년에서 어른으로의 길목으로 들어선 것과 같은 것이다.

다빈치 코드.

세상에는 아직도 밝혀져야 만 하는 수많은 진실들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숨겨져 있음을 보여주고,

여성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으며,

여성 뿐 아닌 남성들에게도 좀 더 다른 입장의 가치관과 시각을 접하게 해주는,

마지막으로 루브르 박물관을 다시 한 번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본다.

읽는 내내 기분 좋은 한 주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스트 셀러라는 코엘류의 책들은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렇게 깊이있지도, 그렇게 현혹적이지도, 그렇게 비극적이지도 않은, ‘평범’과 ‘중용’과 미적지근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별로 거부감을 주지 않는 다는 거다. 그리고 나도 그 ‘평범’한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서, 아주 소소한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면, 나는 돌을 맞을까?

 

‘섹스’를 주제로 글을 쓰고 싶었다는 코엘류의 고백과, 남여간의 실질적인 정사는 단 11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내용을 내포한 다소 선정적인 제목일 수 있는 “Eleven Minutes”의 스토리는 너무나도 우습게도 ‘아주’ 그리고 ‘아주’ 평범했다.

 

그럼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이런 '예상가능한' 그리고 '평범한' 소재와 스토리로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하게 한 '코엘류'의 작가적 능력에 박수를 보내자고.

 

이건 정말 사실이다. 연금술사를 읽을 때에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을 때에도, 그리고 이 'Eleven Minutes'를 읽을 때에도, 이런 진부한 스토리라니... ...라고 입을 삐죽대면서도, 나의 손은 다음 페이지, 그 다음 페이지, 그리고 그 다음페이지를 넘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대단한 문장력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코엘류의 책이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특별한 소재'가 아닌 '아주 평범하고 귀에 익은 소재'와 '예상가능한 스토리 전개'를 통해서 '극단적이지 않은, 소소한, 평범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는 욕구의 표출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든다.

 

매춘부 Maria(상당히 모순적인 이름)와 그녀의 연인이 된 Ralf Hart의 다소 평범하면서도 억지스러운 스토리. 그리고 그들의 사랑. 그리고 Maria가 겪는 그 모든 여정과 경험과 생각들을 지켜보면서 내가 느끼는 별로 격하지 않은 감정과 감동. 결코 격하지 않은 감정

 

그런데도, Maria와 Ralf Hart가 서로간에 만들어낸 감정이 내 안에 계속 존재하고 있다. 지워지지 않는다.

 

이건 뭘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극도의 절망감, 극도의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고자 하는 감정은 극도의 기쁨과 행복이 아닐 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지속되는 행복', '지속적인 감정', '지속적인 떠오름'일 터.

 

코엘류의 책의 스토리가 설사 극단적인 설정을 한다해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극단', '격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코엘류가 그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Maria의 매춘부로서의 삶 역시 '극단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직업'으로서 매춘부의 일을 해내는 Maria는 상당히 객관적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Maria는 스스로의 삶을 통제한다.

 

우리는 통제하도록 교육받았다. 평범한 '현재'와 모험과 욕망으로 가득찬 '미래' 사이에서 우리는 '안정'과 '위험'이라는 두 요소를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보고 하여 통제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것일지라도 우리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인간'으로서의 Maria. 매춘부가 아닌 스스로의 삶에 고뇌하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Maria는 이미 우리 자신이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Maria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겪는 삶의 희노애락을 똑같이 보여준다.

 

설령 Maria의 삶이 소설 속 주인공으로서는 다소 진부하다해도, 설령 평범하다해도, 설명 초극단적이지 않을지라도,

 

그래도 좋다. 진실은 다른 어떤 곳도 아닌 바로 우리의 평범한 삶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에.

 

Maria는 스스로 자아를 찾아가는 평범한 우리 자신과 같은 것이다. 어쩌면 자아를 찾아가는 그 행로에 있다는 점에서 우리 자신보다 좀 더 적극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게 된 Ralf Hart.

 

Maria와 Ralf Hart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순간

또 하나의 존재들로 내 안의 공간을 차지하게 되었다.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