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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허초희 ㅣ 우주나무 인물그림책 8
서보현 지음, 이준선 그림 / 우주나무 / 2024년 12월
평점 :
<규원가>
규방에 홀로 앉아 있으니,
홀로 근심하며 누구와 말할까.
생각은 끝없이 이어지고, 밤은 길기만 하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이 마음, 끊이지 않는구나.
허초희, 허난설헌.
그녀의 삶의 단면을 비추는 <규원가>를 통해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느껴본다.
허초희는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여류 시인으로, 호는 난설헌이다, 동생 허균과 함께 가정의 학문과 예술적 문화를 받아 어려서부터 문학적 재능을 보였다. 지금 시대로 태어났으면 ‘영재’라 불리며 자신의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치고 재능을 충분히 인정받았을 텐데 그 당시 여성으로서의 제도적 한계로 인해 외면받았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호인 난설헌은 ‘서리와 눈 속에서도 맑은 향기를 간직한 난초’를 의미한다. 억압받고 무시당하는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적 열정, ‘시’를 사랑하고 쓰는 열정을 잃지 않았던 그녀의 삶을 상징한다.
<시를 쓰는 허초희>는 슬프고 잔인한 시대를 온몸으로 겪고 짧은 생을 마감한 그녀의 생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그녀의 시들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구성하였다. 그녀 삶의 중요한 사건과 그때 그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와 함께 한국화 느낌의 그림을 볼 수 있어 아름다웠다.
허초희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받고 힘들게 살다가 스물일곱 짧은 삶을 마쳤다. 어린 두 아이를 잃고 난 뒤였다. 그토록 열망하는 시에 대한 열정도 마음껏 보여주지도 못한 상황에 삶의 이유 중 하나였던 아이들을 잃고 그녀는 무너진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쓴 시를 모두 불태우라고 유언하는데, 동생 허균이 일부 남겨 사람들에게 알려줬다.
허초희 그녀 자신이 평생 가장 열망했으며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긴 그 시를 불태우라고 했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한 것도 시였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열망하며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한 것이 무엇이 될까?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닌 나의 마음을 뛰게 하는 것이 지금과 같을지 궁금하다.
<시를 쓰는 허초희>는 그림책이지만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이 동화를 통해 허초희와 그 시대의 배경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그녀가 쓴 시들을 알 수 있어 추천한다. 일반 위인전처럼 삶의 일대기를 나열식으로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 삶의 태도와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