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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와 클로버 10 - 완결
우미노 치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망의 완결편.
역시, 이야기는 다케모토로 시작해서 다케모토로 끝난다. 다케모토가 그 작은 하숙집에 들어와 아주 조금씩이지만 대단하달 것 없이 성장하고 자기 길을 결정하게 되고, 실연도 받아들이게 되고 그러면서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 '청춘'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나도 함께 했다. 그러고보면 정말 비슷하다. 대학에 들어와서 취직하기까지, 나는 뭐 그닥 깨달음이랄 것도 없고 여전히 헤매고 또 헤맬 따름이지만 그래도 이녀석, 이 만화 내 청춘과 함께 해서 비슷하게 끝나는구나. 다케모토도 내 나이정도일까? 오히려 나는 야마다와 비슷한 나이이지만... ^^;
야마다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는구나. 가장 먼저 홀로서기에 성공한 건 역시 처세술 좋은 스토커 마야마군. 가장 먼저 사랑을 캐취했달까. 역시 스토킹의 승리랄까(퍽) 원래는 적당히 거리두고 서로 상처입지 않도록 살아가는 능글 맞은 마야마. 하지만 상처받고 상처주면서도 꺼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그 손을 붙잡아주었다. 피하기만 하던 이의 손을 붙잡고, 그 깊숙한 곳에 나있는 구멍을, 그 허무를 감싸안아 막아주었다. 장하다 마야마. 훌륭하다 마야마. 그러나 그걸 지켜봐야 했던 야마다는 여전히 희미한 끈을 붙잡고 놓지 못하고 있었다. 가망 없음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못하는 야마다. 그런데도 노미야씨는, 비슷하게 능글맞고 휙 핸드폰을 내던져버릴 정도로 인간사 초연한 아저씨는 답지않게 쪽팔려 하면서도 야마다를 부여잡고, 미련 곰탱이처럼 자기한테 기대라고, 자기를 당장 좋아해주지 않아도 되니까 옆에 있어달라고 말한다. 대단해! 사랑이야!
모리다씨랑 하구미씨는... 의외로랄까 역시랄까 깨져버렸다. 자의식이 서로 강하고 그저 서로 나아가면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투지를 불타오르게 하는 전우였던 이들. 아스라히 사랑했던 이들. 하구미는 동등한 관계로, 역시 모리다의 투지를 불태우게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했다. 그래서 모리다가 형이 없어진 후 형 대신 하구미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말았을 때 하구미는 거절한다.
그리고... 정말이지 의외의 인물! 가장 어른스럽고 기둥 같았던 인물 우리의 하나모토 교수님! 사실은 가장 기댈 곳 없던 아저씨였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하구미가 없었다면 이 아저씨도 힘들었겠지. 이 왁자지껄한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 아저씨도 추억에 내리눌려서, 하라다와의 추억에 눌려서 헤어나오지 못했겠지.
그래도 그렇지 일본에서 정식으로 혼인이 가능한 건 사촌 이상이거든? 삼촌인 당신은 안되거든? 그럼 서재에 하구미를 재우면서 음흉한 생각이라도 한거여? 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랑은 아닌 거 같다. 하라다와 리카에 대한 사랑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분명히 이 교수님은 '너 하라다 좋아하지' 그래도 얼굴 빨개지면서 으응... 그럴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른스럽고 쿨해보이지만 사실은 여전히 어린 아이 같달까... 고로 하구와 므흣한 관계가 된다거나 하는 건 상상할 수가 없다. 차라리 쿨하게 헤어졌어도 모리다와 하구는 뭔가 므흣한 관계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모리다 형, 형, 형님!!! 귀엽다. 실컷 방황하다가 돌아간다며 하는 얘기가 카레라이스라니... ㅠ,ㅠ 역시 모리다 형이다. 모리다처럼 현실에서 발을 아예 떼고 사는 인간은 아니지만 이인간도 천재는 천재인걸. 현실에서 발을 떼고 사는 인간은 부러워할 필요없어. 음음 그런 인간은 부러워할 만한 존재가 못 돼...
9권에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었는데 어떻게든 그 고비를 잘들 넘겨서 대단했다. 우습지만 여전히 늦게라도 부랴부랴 쫓아 스페인에서까지 날아들어온 마야마와 리카도 귀엽고.
걍. 반짝반짝하는구나. 다들 헤어져도. 아주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가도, 그 날의 기억은 반짝반짝하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더 눈부시게 보이지 않을까. 암튼 멋진 결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