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자에게 소년은 버겁다. "봄날은 간다"
아 직도 10cm는 더 클 것 같은 소년 유지태가 이제는 사랑을 조롱할 수도 있을 만큼 농익을 대로 농익은 여자 이영애와 커플이 되어서 러브스토리를 들려준다는 것이 처음부터 나는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둘은 헤어졌다. 다행이다.
한때는 상우처럼, 지금은 은수처럼
이 제는 기억도 아련한 첫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때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영화의 상우 같았었다. 그처럼 유머를 모르고 눈치 없고 맹목적이고 답답했었다. 지금도 또렸이 기억나는 장면 하나, 맹목적이고 답답했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장면 하나. 눈 오는 날 추리닝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그의 집 창문 앞에서 오기를 부리며 떨고 있던 내 모습, 그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도 은수처럼 표독했었다. 꽁꽁 언발을 번연히 보면서도 그는 끝끝내 제 방으로 나를 이끌지 않았다. 이별에 대한 선전포고를 이미 했으니 그 뒤 감정수습은 모두 내 몫이라는 투였다. 당시엔 그 상황이 너무도 서러워 코끝이 빨개지게 울었었는데, 이제 그 추억은 그냥 멋쩍을 뿐이다.
인 생을 살면서 절대 잊혀질 것 같지 않은 장면들이 잊혀지고, 절대 용서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용서되면서 우리는 여자로 혹은 남자로 성장한다. 누구는 그러한 성장을 성숙이라고도 하고 타락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나는 다만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
사람들은 언제나 당면한 입장에 서서 상황을 이해하는 생리가 있다. 상우의 나이를 지나 은수의 나이에 서니, 상우보단 은수가 이해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순리다.
" 라면이나 먹자" "자고 갈래"라고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은수의 말을 이해 못하고 정말 라면이나 먹고, 잠이나 자는 상우는 어쩌면 처음부터 은수에겐 버겁게 순수한 남자였는지도 모른다. 조금은 날긋하게 닳은 여자에게 순수는 반갑지 않다. 순수가 사랑을 얼마나 방해하는지 모르는 사람만이 순수를 동경한다. 사랑이 운명이나 숙명이 아닌 일상의 연장선에 있다고 믿는 대게의 경험있는 사람에겐 순수는 정돈된 일상을 방해하고 그로 인해 사랑을 좀슬게 한다. 상우의 순수가 은수의 일상을 방해하고 사랑을 버겁게 느끼게 하는 요소는 곳곳에 있다.
...
사랑만 하기에 인생은 너무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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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Partner 2011-08-28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 못할 때는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랑이 깨질까봐 늘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우리 어리석게 외롭다

DreamPartner 2011-08-28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또 온다. 사랑은 계절 같은 거야. 지나가면 다신 안 올 것처럼 보여도 겨울가면 봄이 오고 이 계절이 지나면 넌 좀 더 성숙해지겠지. 그래도 가여운, 내딸

DreamPartner 2011-08-2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 있는 동안 너는 나만 사랑한다고 나는 너만 사랑한다고 맹세할때 난 신이 가장 무서운 존재인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건 사람 마음이야. 신 앞에서 한 맹세도 마음 한번 바꿔 먹으니까 아무것도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