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
우애령 지음 / 하늘재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저히 그 사람에 대해서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안다고 말하지 말라’는 제목의 영화를 본 건 수백개도 넘는다. 그러나 그때 이상하게도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내용이 아니라 태도였다. 이윤기 감독은 그 점에서 참 조심스러운 듯 보인다. 무심한 듯 흘러가는 한 여자의 외면을 파열시키는 기억, 떠오르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그 기억의 파도를 무던히도 세밀하게 그저 보여주려 든다. 아마 이윤기 감독이 <여자, 정혜>를 지금보다 훨씬 어수룩하게 품었어도 나는 이 영화를 좋아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은희는 자기가 예쁘다는 걸 세상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뿐이었다. 그 계집애가 가진 건. 은희라는 이름. 여자라는 것.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은희를 지금까지 기억하는 건 은희가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그것뿐이다.

 
   
   
  그뒤론 나는 떠돌아다니는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표면에 있는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이은주가 노출 연기 때문에 자살했다는 말도 믿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이 눈꺼풀이 처져서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그뒤론 ‘속성, 단기, 급전, 빨리 됩니다’ 같은 말도 믿지 않게 되었다. 통상 말이 항상 먼저 오고 관계가 가장 나중에 왔다. 그런데 사람이 나아지는 것은 ‘말’ 때문이 아니라 ‘관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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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희야 사람은 사람으로 잊어지는거래
    from 사랑하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다 2012-08-15 21:03 
    줄곧 잠들어있던 타인에 대한 신뢰가 싹을 틔우는 순간 사람은 용감해진다. 매번 똑같은 삶에 변화를 주고 싶어지며 나는 달라질수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게된다. 그러면서도 기대가 깨져 생길 상처에 대비하려는 듯 무던히도 그 들뜸을 경계하거나 변명한다. 이건 분명 별거 아닌 감정이라고...나만 상처받았다는 분함이 밀려올때면 나 역시 상처를 줄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지감 이시간 내가 누군가에게 준 상처를 다른 누군가가 치유해주고 있을지 모른다는
 
 
DreamPartner 2011-08-2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환자에겐 숨겨진 카드가 있다고 했다. 그걸 모르면 치료는커녕 아예 그 사람을 이해조차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