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히 그 사람에 대해서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안다고 말하지 말라’는 제목의 영화를 본 건 수백개도 넘는다. 그러나 그때 이상하게도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내용이 아니라 태도였다. 이윤기 감독은 그 점에서 참 조심스러운 듯 보인다. 무심한 듯 흘러가는 한 여자의 외면을 파열시키는 기억, 떠오르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그 기억의 파도를 무던히도 세밀하게 그저 보여주려 든다. 아마 이윤기 감독이 <여자, 정혜>를 지금보다 훨씬 어수룩하게 품었어도 나는 이 영화를 좋아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은희는 자기가 예쁘다는 걸 세상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뿐이었다. 그 계집애가 가진 건. 은희라는 이름. 여자라는 것.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은희를 지금까지 기억하는 건 은희가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그것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