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보통의 직장인,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과제들이 주어진 해였다. 선임에서 책임으로 진급하면서 회사생활 커리어에 힘을 내야 했고 첫 아이가 태어나며 아빠가 되었다. 몸에선 이상신호를 보냈다.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복통이었는데 담낭에 돌로 인해 통증이 생겼다. 담낭 결석 제거를 받기로 결정했다. 시술 과정에서 낮은 확률로 급성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으나 길어야 일주일 내 완치될 수 있다는 내용에 동의했다. 3일로 예정된 퇴원기간은 한 주씩 미뤄지면서 일상이 서서히 멈추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감정도 이성도 챙길 수가 없었지만 '말 그대로' 살기 바빴다. 췌장이 터지면서 췌장액이 온몸으로 뿌려졌고 장기들을 녹여내고 있었다. 네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위험을 극도로 회피했고 계속되는 수술로 인내력은 바닥을 보였다.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자율성을 잃어갔고 누구의 위로도 와 닿지 못했다.


  심리 상담을 했다. 아내의 권유였다. 더 이상 내용 없는 짜증을 간과할 수 없었다. 전문가에게 감정을 처리하기를 원했다. 매주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였다. 그동안 혼자서만 고민했기 때문에 감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타인에게 생각을 나누면서 감정들이 정리되었다.


  최근 표정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믿기 어려웠다. 이전처럼 짜증을 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다시 물었다. 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내용 없는 짜증이 많았기에 힘들었지만 지금은 근거가 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받아드리지 못했다. 체력회복은 느껴졌지만 평안을 갖지 못했다.


  상담을 마쳤다. 세 가지를 알게 되었다. 첫째, 에너지가 고갈되었기 때문에 회복이 필요했다. 둘째, 의견을 거절당했을 때 회피하려는 기질이 있다. 셋째, 비판적 사고로 세상을 바라봤다. 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선의의 말들도 의심부터 할 정도였다. 다회의 상담을 통해서도 해결하기가 어려웠다. 철옹성처럼.


  일기를 다시 써보려 한다. 대신 주제를 감사일기로 한정한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자칫 안 좋은 생각들이 굳어질까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부정적인 글들이 많았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데 익숙했다.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오글거릴 만큼 낯설다. 긍정적인 사고로 세상을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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