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영재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컴퓨터를 또래에 비해 일찍 접했다. 심부름으로 프리젠테이션, 누리집, 소프트웨어 등 잡다한 것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기고만장했다. 가족, 지인들의 응원덕분이다. 꿈도 명확했다. 제 2의 빌게이츠였다.
목표는 정보올림피아드 수상이었다. 대입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학원에 다녔지만 갈등이 있었다. 문제를 푸는 방식 때문이다. 정해진 풀이가 있었지만 따르지 않았다. 자료구조, 알고리즘 등 이론들이 와닿지 않았다. 창의적으로 풀고 싶었지만 똑똑하지 않았다.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졸업 시즌이었다. 취업과 진학 사이 고민이었다. 쟁점은 현실과 이론의 차이였다. 약 20년 정도로 느꼈다. 회사에서는 신기술을 적용하는 데 보수적이었다. 괴리감이 크기에 방황을 했다. 박람회, 컨퍼런스, 대학 교류프로그램 등을 돌아다니면서 해답을 고민했다. 밥벌이를 선택했다. 현장에서 전산학을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실은 상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했다. 인공지능덕분이다. 예상밖의 속도로 기존의 이론과 상식들을 무너뜨렸다. 역으로 따라가기 바쁠 듯하다. 십 년 전의 선택이 옳았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살았다. 간격이 클수록 고통은 컸다. 피할 수 없었다. 좋아했던 것을 직업으로 택했기 때문이다. 목적이 생기면서 순수함까지 잃었다. 꿈은 그 자체로 순수했기 때문에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