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의 췌장염 투병 과정을 책으로 내고 싶었다. 췌장염이 나에게 남긴 것들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병동에서 있었던 일들을 틈틈히 썼고 주 1회 구청에서 하는 글쓰기 수업을 수강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글쓰기 관련 책을 찾아 읽었다. 초반에는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많았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타타닥 키보드로 내 생각을 담기에 바빴다. 한참을 쏟아내다가 멈추었다. 솔직하지 못했다. 결론이 어색했다. 왜 주제를 행복으로 잡았을까? 고민이 부족했다. 또한 200자 원고지 기준 21장밖에 되지 않았다. 단행본의 1/30 수준이다. 앞으로 지금까지의 글을 29개나 더 써야한다는 거에 고통스럽다. 하지만 고통과 혼란을 정리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나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면 좋고싫음이 없었던 거는 내가 나를 모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글쓰기가 췌장염이 준 자산이지 않을까?스토리텔링은 나의 치골을 드러내는 일이다. 남에게 나의 몸을 보여주는 행위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의미없는 발설만 있다면 삼류 포르노가 되기 일수이다. 힘들게 용기낸 만큼 나의 글이 유의미 했으면 좋겠다. 사람의 굴곡에 대해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하는 누드화처럼 말이다. 먼저 '행복했다'에서 그치지 않고 왜 행복에 대해 주제를 잡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