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어의 마지막 한숨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2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평점 :
『무어의 마지막 한숨』
살만 류슈디 ㅣ 세계문학전집 222 ㅣ 문학동네
살람 루슈디는 1947년 6월 인도 뭄바이(붐베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 않아 인도는 오랜 식민지를 끝내고 영국으로 부터 독립했다. 그는 무슬림 가정에서 자라, 성공회와 스코틀랜드계 교육기관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영어로 교육받고, 영국에서 대학교육을 받았다. 이후 영국으로 이주하고, 미국에 정착한다. 그가 유명세를 타게된 것은 작품 [악마의 시]로 인해 이슬람혁명 지도자 호메이니 로부터 '살해 명령'이 내려지고, 2022년 무슬림 극단주의자의 칼에 찔리는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이다.
이 작품은 선입견을 버리지 못했다면 읽지 못했을 작품이다. '살만 루슈디'의 명성만으로 그의 작품들은 방대하고 심오해서 읽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 작품 『무어의 마지막 한숨』은 떡하니 작품의 시작 전에 '가계도'가 배치되어 있어 더욱이 나를 겁먹게 만들었다. 문학 작품 속에 배치된 '가계도'라 함은 이야기 속 인물들의 관계가 얼키고 설켜 있어 독자가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 것을 고려해서 첨부된 것이라 생각했기에 첫 장부터 긴장하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그런데 웬걸... 살만 루슈디의 문장은 나의 예상을 빗나갔다. 그의 문장은 유머가 가득했다. 게다가 환상적인 설정과 거침없는 표현은 시원함마저 느끼게 했다.
'모라이시'는 인도 남부 항구도시 코치에서 향신료 무역을 해서 부를 축적한 다 가마 집안의 유일한 예술가 아우로라의 유일한 아들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무어'라 불렀다. 무어는 엄마 뱃 속에서 네 달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고, 나오자 마자 빠르게 나이를 먹는다. 게다가 그는 오른손이 뭉툭한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 외로움을 운명처럼 느끼게 된다. 몸과 의식의 성장 속도가 다름으로 인해 혼란스러우나 보여지는 몸의 속도로 대해지는 무어는 어머니 아우로라와 주변인들을 통해 인도의 다양한 모습을 알게 된다. 그가 알게 된 인도는 다양하지만 소용돌이 치고, 뒤죽박죽이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보여지는 모습과 숨겨진 모습이 존재하며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무어는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숨을 몰아쉰다.
인물들이 다채롭고, 독특하다. 다 가마-조고아비 가계도에 제시된 모든 인물들이 그렇다. 이들 가족들은 종교도, 정치적 입장도, 성적 취향도 모두 제각각이다. 무어의 증조할머니 이피파니아는 카톨릭교도이며, 무어의 어머니 아우로라는 힌두교 춤을 춘다. 무어의 아버지 아브라함은 유대인이며 이중적이다. 무어의 큰아버지 아이리시는 동성애자이며, 아이리시는 영국지배의 존속을 주장한다. 무어 자신은 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다 가마 집안은 부자이며, 조고아비 집안은 가난하다. 아우로라는 예술인이며, 정치적이다.무어의 누나 마이나는 변호사이며 페니미스트이다.이들 가족은 우리 삶의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를 보는 듯하다. 그들은 서로 반목하고, 경멸하며, 속인다. 또한 그들은 열렬하게 사랑하고, 의지하며, 서로를 보살핀다. 결국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사는 이 세상의 '혼란'은 당연한 것이며 혼란 속에서 이루어지는 흥망성쇄가 우리의 삶임을 생각하게 한다.
다 가마-조고아비 가족의 길고도 긴 이야기는 인도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만큼이나 인도의 역사도 기구하고, 서글프게 느껴진다. 길고 긴 식민지 시대의 억압과 차별이 지나고 내부의 분열로 이리저리 나뉘게 된 나라 인도. 작품 안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은 실제와 겹치는 부분도 존재한다. 부족한 배경지식으로 읽어나가려니 다소 아쉬움이 생기면서 세계사를 좀더 공부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오기도 했다. 작품의 화자인 '무어'를 조로증이 걸린 뭉툭한 손을 가진 인물로 설정한 것은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음을 674쪽에 달하는 분량의 본문을 읽고 마지막 옮긴이의 해설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은 다시 동양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그 안에 중국과 인도가 있다. 언제나 빈곤한 나라로만 느껴졌던 인도의 성장은 중국의 성장만큼이나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루슈디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인도의 모습을 무어의 모습에 덧씌우며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몸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무어의 의식은 항상 어리숙하고 혼란스럽다. 선택에 있어서도 본능적이고, 원초적이며 의존적이다. 그럼에도 그의 의식은 성장한다. 의식은 성장하나 이번에는 늙어버린 몸 때문에 힘겹다.그럼에도 그는 성장한 의식으로 자신들 가문의 일들을 기록한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힘을 낸다.
미지의 인도 역사, 명성의 작가 살만 류수디, 680페이지에 달하는 압도적인 분량에도 이 책 『무어의 마지막 한숨』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재미는 물론 생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인도 역사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루슈디의 지금을 있게 했던 작품들 [악마의 시]와 [한밤의 아이들]을 꼭 읽어보아야겠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 ‘문학동네’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