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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 닐 게이먼과 26인 작가들의 앤솔러지
로디 도일 외 지음, 닐 게이먼 외 엮음, 장호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이야기들』
닐 게이먼과 26인 작가들의 앤솔러지 ㅣ 문학동네
영화 [빅 피쉬]에는 믿을 수 없는 모험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주변인들에게 풀어내는 에드워드 블룸이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남자의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허풍쟁이'라 생각했지만,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아버지의 이야기에 거짓이 없었음을 알게된다. 결국 에드워드는 맛깔난 이야기꾼이었던 것이다. 동일한 소재의 사건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일상은 색깔을 입는다. 그래서 『이야기들』을 읽으며 영화 [빅 피쉬]의 에드워드 블룸이 생각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책을 엮은 닐 게이먼은 어릴 적 부터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대는 아이였다고 한다. 그랬던 닐은 성장해서도 계속 이야기를 갈구하며 자신의 동료 작가들에게 독자가 정말 읽고 싶은 이야기를 함께 쓰자고 제안한다. 그의 제안에 흔쾌히 수락한 26명의 작가들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인 우리가 몰입할 수 있는 기발한 26개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26개의 이야기 중 모든 이야기가 다 기발하고, 흥미로우며, 몰입감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취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야기들』은 여러 사람이 만족할 만한 작품이 되기도 할 것이다. 나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가 26개의 이야기 중 몇 가지는 꼭 들어가 있을테니 말이다.
가장 흥미롭고 재밌다고 느껴졌던 작품은 리처드 애덤스의 [칼]이었다. 결말에 반전의 묘미를 보이는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읽는 것 같았다. 1938년, 숲에서 우연히 칼을 발견한 필립은 그를 괴롭히는 동급생 스태퍼드의 얼굴이 떠오른다. 손에 칼을 쥔 필립은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필립은 이 일로 자신을 물리적으로 괴롭힌 스태퍼드에게서는 벗어나지만, 자신의 양심으로 부터 질타를 받으며 괴로워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대부'에게 이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자수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대부는 필립을 말린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여기에 이어지는 마지막 문장!! 이 문장에 박수를 보내며 실소를 멈출 수가 없었다. 기발하며 재치있다.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다. 조디 피코의 [무게와 치수]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이야기한다. 레이먼드 카버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생각하게 한다. 부모가 느끼는 슬픔의 무게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슬픔을 타인이 볼 수 있다면 아마 이 작품 속 에이브와 세라의 모습처럼 '무게와 치수'의 변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짧은 문장 속에 그들의 아픔이 전달되었다.
길이도 제각각, 장르도 제각각, 소재도 서로 다르다. 다름으로 인해 다양하고, 더 풍성해진다. 서로 다른 작품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며 독자에게 이야기를 계속 멈추지 않고 상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작품을 엮은 '닐 게이먼' 처럼 나도 이야기의 강력한 힘을 믿는 일인으로써 이야기의 마술에서 쭈욱 즐겁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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