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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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민음사

 

 

정말 다정하다게다가 그녀의 다정함에는 힘이 있다부드럽게 소곤거려서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힘있는 목소리는 크기가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이름이 다소 어렵다. '올가 토카르추크'. 그녀는 심리학을 전공했고카를 융의 사상과 불교철학에 조예가 깊다그래서인지 섬세하고 예리하다그녀의 세심하고 따뜻한 문장들은 그녀에게 2018년 노벨 문학상을 선사했다팬데믹의 시대에 누군가는 골방에 앉아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는데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다정한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이 책은 에세이와 강연록을 모아 엮은 것이다상상력창작글쓰기문학의 힘을 이야기하는 글들이다.


 

플라마리옹 목각화 속 순례자가 지구 바깥으로 내민 얼굴에 비쳐진 표정은 경탄과 환희일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 한다한계 너머의 신세계는 그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물론 사고의 깊이를 넓혔을 것이다너머를 보기 전의 그와 너머를 보고 나서의 그는 다른 사람이 된다자신의 위치를 재정비하게 되며우리가 행하고 있는 행동들이 얼마나 부질없고 작은지를 깨닫게 된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서로 연결되었다내가 서있는 곳의 풍경은 지구 반대편의 풍경과 비슷해졌으며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공간은 찾기 어려워진 세상이 되었다이제는 우리에게 더 이상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미지의 공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내 발로 직접 걸어서 가보지 않아도 나의 공간에서 작은 영상을 통해 우리는 어느 곳이든 갈 수도 있게 되었다.

 

새로운 것에 대해 우리는 거부하거나 괴상하게 느낀다하지만 그것은 기발하고 창의적인 것이 되기도 한다플라마리옹의 순례자가 지구 바깥에서 본 것도 지구만 바라보던 그의 눈에는 괴상한 것들이었을 것이다우리는 이제 괴상한 것의 가치를 다시 새겨야 한다그래야 세상이 이전처럼 서로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읽기와 문학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문학과 책읽기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문장에 마음이 따뜻해진다문학에 대해 지어낸 이야기라며 펌하하고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객관적 지식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읽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난 문학을 통해 세상과 관계에 대해서 깨달았으며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또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이야기가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그래서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올가처럼 조용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공감하고 연대하여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작가에게 물질적 기반이 제공되어야 문학과 예술은 존재할 수가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그들이 좀더 독특한 실험을 강행하기 위해선 생계에 대한 걱정이 덜어져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생계를 위해 안전한 글쓰기만 진행될 것이다안전함만 추구하다 보면 재능은 퇴보하거나 잃게 된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다정함은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유대의 끈을 인식하고상대와의 유사성 및 동질성을 깨닫게 해 준다고 말한다문학이란 다정함에 근거한다고도 말한다결국은 다정함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소통하게 해준다경쟁하고 목소리를 높이기 보단 배려하고 조용하게 이끌어 주는 것이 다정함의 힘인 것이다다정해지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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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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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윌리엄 포크너 ㅣ 열린책들

 

 

마지막 챕터의 '역자 해설'을 읽고 나서 다시 맨 앞장으로 넘어가 한 번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었다그건 읽는 내내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역자의 친철한 해설을 통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해소된 궁금증을 가지고 다시 읽어낸다면 작품을 좀 더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생긴다그만큼 [고함과 분노]는 쉽게 읽히거나 이해하며 읽어내기 어려운 작품이었다이는 챕터마다 서로 다른 화자가 등장하며, 3살 수준의 백치인 화자와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운 화자가 이야기 전체를 자신의 의식과 시간을 중심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콤슨 가의 네 남매는 서로 다르다집안의 모든 기대를 가지고 하버드에 진학한 첫 째 퀜틴은 동생 캐디에 대해 가지는 자신의 감정의 색깔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해 혼란스럽다남매 중 유일한 여성인 캐디는 백치인 막내 벤지를 진심으로 대하는 따뜻함과 성적 본능에 충실한 방탕함을 가지고 있다셋 째 제이슨은 가장 계산적이고 냉철하지만 물질만능적이고 가부장적이다막내 벤지는 선천적으로 모자란 지능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느낀다콤슨 가의 서로 다른 네 남매는 캐디의 일탈이 가져온 사생아로 인해 폭풍에 휘둘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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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가장 눈살을 찌뿌리게 했던 인물은 콤슨 부인이었다네 남매의 엄마 콤슨 부인은 집안의 문제꺼리들을 대할 때마다 자신의 삶을 한탄하며머리를 부여잡기만 할 뿐이다.

 

귀족 가문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란 콤슨부인에게 있어 백치 아들 벤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존재이다막내 아들 벤지의 어릴 적 이름은 '모리'였다모리는 콤슨 부인의 오빠 이름이다그녀는 자신의 막내아들이 백치라는 것을 알고나서 자신의 집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의 이름으로 막내아들이 불려지기를 거부한다그럼으로 자신의 집안과 남편의 집안을 분리하여 구분 짓고 자신의 성에 차는 자식인 제이슨만 인정한다그러다 종국엔 제이슨에게 양육방식에 대해 비난받기에 이른다.

 

가정은 '작은 사회'이다사회는 언제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혼란스럽지만혼란 속에서 작은 질서가 형성된다질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최대한 함께가 가능하게 만들려는 모두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그래서 사람들의 노력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가정이라는 사회에서 특히 아이들이라는 서로 다른 미성숙한 인격체에게 있어 이들을 이끄는 존재들은 중요하다그들의 인정과 이끄는 방향에 따라 아이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콤슨 가의 네 명의 아이들처럼 사회는 지식을 가진 자방황하는 자물질을 따르는 자우리가 함께 이끌어가야 할 자들이 존재한다이들 서로 다른 자들이 '고함과 분노없이도 잘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공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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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서로 다른 여러 책들을 읽곤 한다. [고함과 분노]를 읽으며 같은 시기 함께 읽던 책 중 올가 토카르추크의 [다정한 서술자]가 생각난다문학관련 에세이로 저자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들이 언급되어 있기도 하다저자가 윌리엄 포크너의 [고함과 분노]를 언급하여 반가움이 일었으며함께 언급한 [압살롬압살롬]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유발시켰다포크너의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한발을 떼었으니 그의 또다른 작품의 세계로 달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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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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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임레 케르테스 ㅣ 민음사

 

 

'의식의 흐름대로 글쓰기는 등장인물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기억자유 연상마음에 스치는 느낌을 그대로 문장으로 표현하는 글쓰기이다이 글쓰기는 다소 산만하고주제가 명확하지 않게 느껴진다하지만 인물이 매순간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심리를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있어 인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서술되는 작품이다독자를 이끄는 의식의 주인공은 단호하지만 불안하고불행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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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그는 무언가를 부정한다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본능적으로 즉시 부정한다단호하게 부정한다그러고는 자신이 부정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의 본능이 우리의 본능에 반하여 작동하는 것이말하자면 우리의 반본능이 우리의 본능을 대신하고더욱이 본능인 것처럼 작동하는 것이 이미 아주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우리가 생각하기에 이는 말장난처럼 보일테지만 비참한 진실이라고까지 말한다그를 비참하게 만드는 진실이 무엇일지 알아가는 것에 집중하며 남은 문장들을 읽어나가야 할 듯하다.

 

숲에서 산책 중에 만난 철학자 오블라트 박사에게 작가이자 문학 번역가인 서술자는 "아니요"라고 즉시 단호하게 말한다이는 박사가 서술자에게 아이가 있는지 무심코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였다그리고 철학자의 이 질문으로 서술자는 속이 뒤집어짐과 동시에 강박과 혐오를 느끼며잠깐의 망설임도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답한 것이다그와는 다르게 철학자는 자신이 아이를 갖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무에 대한 태만 행위"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철학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의지할 곳이 없어 '감정의 석회질화'가 올 것이 두렵다고도 말한다이에 작가이자 번역가인 화자는 자신은 이미 목구멍까지 두려움이 차올라 두려움과 하나이며석회질화가 올 것을 두려워하기보단 자신을 죽음으로 인도할 것이므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문장이모든 단어가 아픔과 공포를 내포하고 있다곁에 그가 있다면 작고 갸날프게 느껴질 듯 하다울먹이는 아이를 안아주듯 그를 감싸안고 다독이고 싶어진다과연 이토록 자신의 존재와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자신을 넘어 다음 세대에 까지 영향 미칠 것을 두려워할 만큼의 경험이라니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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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광기와 변태스러움으로 만들어진 공간 아우슈비츠는 서술자에게 한 곳에 정착해서 사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기도 했다하루아침에 발생한 전쟁처럼 ,자신이 일구고 살아가던 공간이 한 순간에 무의미해질 수도 있음을 깨우친 서술자는 최대한 약소하게임시로넋을 놓은 채 셋방살이를 하는 것이 타당하게 사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언제든 다시 독일인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집을 소유함에 있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소유에 관련된 절차와 고민들이 그에게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살고 있는 순간을 자신의 생성과 소멸 사이에 주어진 '대기의 시간'이라고 서술자의 입을 통해 작가는 표현한다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에 깨어 있는 그 시간은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기의 시간'이라는 단어만으로 그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분노가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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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째 자신을 흔드는 기억 때문에 자신의 생활은 물론 자신이 야기할 다음 세대의 아픔까지도 차단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아프지만 현명해 보이기까지 한다역사 속에서 탄압받던 기록이 남아있으며 그것이 일방적이었던 것을 누구나 알지만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반유대주의가 그를 움츠러들게 만든다또한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대인들을 무조건 옹호하고 사랑하는 것이 그에게는 불가능한데도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압박도 그는 힘겹다그는 물론 그의 아내 또한 유대인이다그녀는 스스로 유대인이 되는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닌데도 유대인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여러가지가 진흙 속에 처박힌 사람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서술자와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에 그의 아내였던 그녀가 가지고 있는 유대민족이라는 정체성은 그들을 숨막히게 했을 것이다.

 

서술자의 글은 그의 아내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고자유를 주었다그녀는 자신의 무엇이 자신을 유대인으로 만드는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서술자는 자신의 글쓰기가 기쁨을 찾기 위함이 아닌 명백하게 고통을 구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그녀에게 자유를 준 그의 글쓰기는 그에게는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한 수단이다.

 

잊기 위해잊지 않기 위해 애쓴다는 것만으로도 '유대인'이라는 자신의 인종을 버거워하는 그들이 느껴진다우리 사회가 다양한 수식어가 아닌 그 사람 자체만으로 타인을 대하지 못하기에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반복되는 차별과 편견은 인류 속에서 과연 사라질 수 있을지 이쯤되면 의문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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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음의 위협을 느끼며학살의 대상이 된 경험이 있는 그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어한다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아이도 유대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그는 평생을 아이 앞에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어야 할 만큼의 강요라고 말한다이는 자신의 부모에게 외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유대인'이라는 피 때문에 겪어야 했던 폭력으로 그는 부모를 원망했을 것이다그가 외치는 "안 돼!" 는 그를 유대인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게 했던 부모와 유대인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날 아기의 탄생을 생각하는 자신에게 외치는 울부짖음이다.

 

서술자는 '아버지'를 '아우슈비츠'에 빗댄다대상과 공간 모두가 소년을 지배하고공포스러우며난폭하고 비이성적이었던 것이다문장을 읽는 나는 충격을 받았다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긴 공간과 빗대어질 만큼으로 느껴지는 부모라니 어떤 부모일까너무도 많은 비난과 너무도 많은 요구 속에서 느꼈던 좌절과 견딤을 겪은 소년은 자신이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하기까지 한다그의 상처는 자신이 겪은 일을 또 다른 아이가 겪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까지 하게 만든다.

 

아동기 유대인 소년이었던 작가가 측은하게 느껴진다인간은 태어남의 순간과 자신의 조건 대해 선택하지 못한다나의 의지와 선택으로가 아닌 세상과의 조우이지만 살아가며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면 살아감을 다행으로 느낄 수도 있다하지만 작가는 단 한 번도 살아감을 만족하거나 다행이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부정 당하고차별 당하며폭력에 노출되었기에 부모와 세상을 원망하는 것이다그래서 자신과 같은 아픔을 자신의 아이에게 되물림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그의 아픔과 깊은 사고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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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인 그가 위대하다기 보다는 상처받은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는 약한 한 사람으로 느껴진다그는 끔찍함에서 벗어날 길이 없음을 단정하며 그래서 더욱 더 자신은 아이를 생각하는 것에 대해 "안 돼!" 라고 기도하며 외칠 것임을 확고히 한다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의 아내였던지금은 아내가 아닌 그녀가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손상된 자의식에서 벗어나 주근깨가 있는 여자아이와 초롱초롱 한 눈을 가진 남자아이와 나타난 것이다누군가는 아파하며 괴로워하지만 또 누군가는 이겨내고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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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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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문학 에세이 ㅣ 샘터

 

열 권의 책을 혼자 읽는 것 보다 한 권의 책을 열 명이 읽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장영희 교수의 문학 에세이를 읽으며 이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실감한다읽었던 책에 대해선 공감할 수 있었으며읽지 못한 책에 대해선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문학은 일종의 대리 경험이기에 시간과 공간상황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으며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그래서 우리는 꾸준히 '문학'을 사랑하는 것이다부족한 공감능력이 사회 속에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시킨다그래서 우리는 문학을 읽어야 한다문학을 읽음으로 타인의 슬픔과 고뇌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책으로도 여러 번영화로도 여러 번 본 작품이다피츠제럴드는 왜 개츠비에게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일까에 대한 질문도 여러 번 토론한 논제이다장영희 교수는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는 물질 만능주의와 퇴폐주의로 타락해 가는 시대에 사랑과 희망꿈을 잃지않았기 때문이라 답한다동의한다개츠비의 위대함은 2022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무모함으로 치부될 것이다그래서 개츠비의 '위대함'은 더 위대해진다.

 

나는 왜 ''가 힘들고 어려울까어렵기에 시를 즐길 수 없다시를 즐길 수 없는 내가 여류 시인 에밀리 디킨슨에 대해서 몰랐던 건 당연하다그녀가 철저한 칩거 생활과 30대 후반부터 죽는 날까지 흰색 옷을 고수했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 흥미롭다또한 그녀의 시는 혼자만의 끄적거림이였기에 생전에는 발표되지 못했으며제목도 없다고 한다장여희 교수의 글을 통해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대해 알고싶어졌다.

 

얼마 전 뇌과학에 관련된 책에서 [대지]의 작가로만 알고 있던 펄 벅의 [자라지 않는 아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장영희 교수는 이 작품을 펄 벅의 [대지]보다 더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고 말한다최초의 여성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펄 벅의 딸은 중증 지적장애와 자폐증을 앓았다펄 벅은 작가가 아닌 어머니로서의 마음을 이 책에서 토로했다고 한다그리고 그런 펄 벅과 장애을 가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보내는 장영희 교수의 사랑과 갈채를 나도 보내고 싶다.

             

이 책은 2001년 8월부터 3년간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장영희 교수의 북 칼럼에 게재되었던 글을 모은 것이다신문의 특성상 칼럼의 길이가 제한적이었기에 문학에 대한 무겁고 어려운 해석보다는 교수 본인의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를 문학과 연결한 글들이 대부분이다그래서 가볍지만 소중하게 읽을 수 있다책 속에 소개된 작품들을 따라 읽으며 장영희 교수가 사유했던 것들에 다가가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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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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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김멜라 김지연 백수린 위수정 이주혜 정한아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 서정적이고 시적인 그의 문장은 문학읽기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다. 그의 단편을 읽으며 복선, 은유, 묘사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기에, 이효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효석 문학상'의 수상작들은 매년 기대된다.

 

2022년의 23회 대상 수상작은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 였다. 몽환적이고 따뜻한 작품이다. 지난 해 대상 수상작가였던 이서수 작가의 기수상작가 자선작인 [연희동의 밤]도 좋았다.


제 꿈 꾸세요_김멜라

 

작품을 읽기 전에 예스24의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통해 작가님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악몽을 꾸는 작가님이 만들어 낸 특별한 꿈 이야기는 가슴을 뜨겁게 했다.

 

블랙코미디처럼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 그녀는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꿈에 자신이 기쁘게 나타나길 바란다. 여러 번의 자살시도로 기억될 그녀는 남겨진 사람들의 꿈 속에서 그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정말 그들의 꿈에 그녀는 기쁘게 나타날 수 있을까?

 

십대 시절 '동백떡볶이'에서 우정을 나누던 그녀의 친구 규희, 얼굴에 '웃는 아이' 흉터와 '누운 아이' 아랫니를 가진 그녀의 사랑 세모, 삼각 비닐팩 커피 우유에 빨대를 한방에 꽂을 수 있는 그녀의 엄마가 꿈 속에서 그녀를 만나 행복하길 바란다. 그들에게 그녀가 아픔으로 기억되지 않고, 즐거웠던 한 때의 그녀로 기억되길 바란다. 먼저 간 모든 이들의 바람일 것이다.

 

포기_김지연

 

누군가를 '포기'하는 것은 누군가를 미워하며 싸우는 것보다 더 잔인한 것이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투닥거림은 생존확인 혹은 사랑확인일 수도 있다. '확인'을 한다는 것은 아직 감정이 유효한 것이다. '포기'는 끝이다.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따로따로 살아가자는 선언이다.

 

호두가 돈을 꾸고 톡 튀어 버린 민재를 찾으려고 했던 것은 서운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민재도 꾼 돈을 나누어 갚으려 했던 것은 상대의 서운함을 풀어주고 싶은 애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운함과 미안함에서 비롯된 힘겨운 노력은 다시 예전의 그들로 되돌릴 수 없었다. 그들은 원하지 않았지만 해야먄 하는 포기를 한다. 끝까지 가보는 것보다 때론 포기도 필요하다.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_이주혜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인간의 바닥과 본질을 보게 되었다. 이유없는 마녀사냥, 불신과 책임 전가등의 행동을 불러온 전염병은 우리가 여태 마련한 관계가 얼마나 얄팍한지 보여주었다. 나도 느꼈기에 작가의 문장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연희동의 밤

 

각본가의 꿈을 버린 언니를 위로하는 ''는 꿈을 포기하고 내일채움공제라는 족쇄를 차고 회사에 들어갔다. '' 또한 꿈을 포기하였으며, 언니보다 앞서 포기한 인생 선배이다.

 

작품 말미의 문장이 씁쓸하다. '나는 나를 착취해서 부자가 될 것이다.' 나를 착취해서까지 부자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나를 유지하며 부자가 되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올해도 멋진 작품들이 많았다. 앞으로도 매년 기다려질 문학상이다. 내년엔 수상작가의 성비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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