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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9월
평점 :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김멜라 ㅣ 김지연 ㅣ 백수린 ㅣ 위수정 ㅣ 이주혜 ㅣ 정한아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 서정적이고 시적인 그의 문장은 문학읽기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다. 그의 단편을 읽으며 복선, 은유, 묘사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기에, 이효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효석 문학상'의 수상작들은 매년 기대된다.
2022년의 23회 대상 수상작은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 였다. 몽환적이고 따뜻한 작품이다. 지난 해 대상 수상작가였던 이서수 작가의 기수상작가 자선작인 [연희동의 밤]도 좋았다.
▣제 꿈 꾸세요_김멜라
작품을 읽기 전에 예스24의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통해 작가님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악몽을 꾸는 작가님이 만들어 낸 특별한 꿈 이야기는 가슴을 뜨겁게 했다.
블랙코미디처럼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 그녀는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꿈에 자신이 기쁘게 나타나길 바란다. 여러 번의 자살시도로 기억될 그녀는 남겨진 사람들의 꿈 속에서 그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정말 그들의 꿈에 그녀는 기쁘게 나타날 수 있을까?
십대 시절 '동백떡볶이'에서 우정을 나누던 그녀의 친구 규희, 얼굴에 '웃는 아이' 흉터와 '누운 아이' 아랫니를 가진 그녀의 사랑 세모, 삼각 비닐팩 커피 우유에 빨대를 한방에 꽂을 수 있는 그녀의 엄마가 꿈 속에서 그녀를 만나 행복하길 바란다. 그들에게 그녀가 아픔으로 기억되지 않고, 즐거웠던 한 때의 그녀로 기억되길 바란다. 먼저 간 모든 이들의 바람일 것이다.
▣포기_김지연
누군가를 '포기'하는 것은 누군가를 미워하며 싸우는 것보다 더 잔인한 것이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투닥거림은 생존확인 혹은 사랑확인일 수도 있다. '확인'을 한다는 것은 아직 감정이 유효한 것이다. '포기'는 끝이다.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따로따로 살아가자는 선언이다.
호두가 돈을 꾸고 톡 튀어 버린 민재를 찾으려고 했던 것은 서운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민재도 꾼 돈을 나누어 갚으려 했던 것은 상대의 서운함을 풀어주고 싶은 애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운함과 미안함에서 비롯된 힘겨운 노력은 다시 예전의 그들로 되돌릴 수 없었다. 그들은 원하지 않았지만 해야먄 하는 포기를 한다. 끝까지 가보는 것보다 때론 포기도 필요하다.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_이주혜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인간의 바닥과 본질을 보게 되었다. 이유없는 마녀사냥, 불신과 책임 전가등의 행동을 불러온 전염병은 우리가 여태 마련한 관계가 얼마나 얄팍한지 보여주었다. 나도 느꼈기에 작가의 문장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연희동의 밤
각본가의 꿈을 버린 언니를 위로하는 '나'는 꿈을 포기하고 내일채움공제라는 족쇄를 차고 회사에 들어갔다. '나' 또한 꿈을 포기하였으며, 언니보다 앞서 포기한 인생 선배이다.
작품 말미의 문장이 씁쓸하다. '나는 나를 착취해서 부자가 될 것이다.' 나를 착취해서까지 부자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나를 유지하며 부자가 되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올해도 멋진 작품들이 많았다. 앞으로도 매년 기다려질 문학상이다. 내년엔 수상작가의 성비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